수직적 사고 버리기

일을 하면서 내 코드가 틀렸을 때, 잘못된 방식으로 코드를 작성해 누군가 그걸 지적했을 때, 나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날 실력 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등등... 마음 속의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재밌는 일이 하고 싶어 다니던 작은 에이전시를 때려치우고 다시 javascript를 배우던 때를 기억하면 일취월장한 나라고 할 수 있지만,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동료들에게 잘하는 모습,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잘 버리지 못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비교 기준이 딱 하나였다. 공부를 잘 하는 것. 그러면 뭐든 쉬웠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1등, 최상위.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올라가는 법밖에는 몰랐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고 세상에 나와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 속에서 나는 그래도 잠시 남과 성과를 비교하는 일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사회에 나오게 되면서 어릴 때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일 잘해야지, 코드는 완벽해야지, 더 좋은 회사 가야지, 더 돈 많이 벌어야지 등등 ... 남보다 잘해야 되기 때문에 기술 이야기를 해도 어느 순간에는 방어적이 되버리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 나 이거 처음 해서 그래..." "이 부분은 잘 모르겠네, 아는 부분만 얘기해야지"


모를 수도 있고, 이제 알았으니 쌓아가면 되는데 chat gpt 마냥 늘 그 이슈가 나오기 전에 알고 있어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남들이 보기에 그럴 듯한 개발자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들어 내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 욕심을 인정하고 나니 또 부끄럽지만 이제 높은 곳만 바라보면서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그만하고 싶다. 그건 나를 괴롭힐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다.


심호흡을 하고 잘 할 수 있다 외치며 방어 기제를 버리면서 웃으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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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5일 오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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