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궁금하지 않아? 엄마 인생이 왜 그렇게 힘든지. 사주풀이라도 한번 보지 그랬어?”

“그거 들어서 뭐혀. 안 좋은데 좋다고 하면 사기꾼이고, 지금보다 더 안 좋다고 하면 속만 더 시끄럽지. 새끼들 놔두고 죽을 수도 없고.”


필자의 모친은 돈을 내고 사주를 보러다니는 걸 가장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반대로 나는 엄마가 살면서 사주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그렇게 굴곡진 삶을 어떻게 다 수용하며 칠십 평생을 버텨냈는지.

“나는 코 아래로 복이 많댜. 말년 운이 좋다고 옛날에 어떤 할매가 지나가매 그려. 묻지도 않았는데 말년이 편하다고.”

모르는 사람의 지나가는 한 마디가 엄마에게 힘이 되어 지금껏 견딜 수 있었던 걸까? 그러면서 넌 뭐가 답답해서 ‘그런 걸’ 보러 다니느냐고 내게 물었다. 필자는 ‘재미’로 본다고 답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사주를 봤다. 직장 동료 한 명이 먼저 다녀왔고 줄줄이 소시지처럼 다른 동료들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 곳’에 다녀온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게 다녀온 동료들의 공통된 후기였다. 이번에도 흔쾌히 ‘줄줄이’에 엮여보기로 했다. 여전히 재미를 이유삼아.


역시나 특별하거나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필자는 공부로 스트레스를 푸는 유형의 사람이고 예술적 재능이 많고 그림이나 글, 요리에 관심이 많아 사부작사부작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삶보다 앞으로 더 잘 풀린다고도 했다(재물 운이 많지 않다는 말에는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나왔다).


누구에게 적용해도 무방할 이야기였지만 ‘나랑 너무 딱 맞잖아!’ 신기해하며 책을 계속 읽고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지금보다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효과 없는 약제를 진짜 약이라 생각하고 복용하면 증세가 호전되는 현상(플라시보 효과 또는 위약 효과)처럼 글에 재능이 있는 사주라는 말에 오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으니 아주 헛걸음은 아닌 걸로 치자.


사주풀이는 사실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지지는 않는다. 통계학의 영역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비판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사주팔자를 궁금해 하는 건 왜일까?


삶은 가보지 못한 길을 탐험하는 여정이고 선택의 연속이다. 이게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이도 없고 오로지 스스로 개척해야 하며 그 책임 또한 자신에게 있다. 불안함과 불확실함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발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의지하고 싶어진다.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에 필자는 (그리고 내 친구도, 남편도, 직장 동료들도) 나아갈 방향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미래를 향한 발걸음에 지지와 응원이 필요했을 뿐이다. 부정의 말 대신 네 생각이 맞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돈과 시간을 들여 사주풀이라도 들으러 간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리고 무엇보다 잘 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주변에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면 사주풀이 같은 건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격려와 응원이 간절한 누군가를 만난다면 긍정의 말을 보태주시라. 도둑질을 한다거나, 사기를 친다거나 하는 나쁜 길로 들어서겠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네가 옳다"는 응원은 사주팔자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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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옳다"는 응원은 사주팔자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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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4일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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