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는 사람에게 보내는 250 번째 편지

계란후라이 1062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팀원 세 명에게 주어진 공통 업무였습니다. 세 명 중 해당 업무를 리드할 책임자를 선출했습니다. 선출 방식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업무의 책임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승부는 단 판에 갈렸습니다. 다행인 건 셋 중 저는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셋 중 제가 가장 시니어라 제가 업무 리드를 한다고 했어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용기 있게 손들지 못했고 결국 비열한 승부에 책임을 맡긴 선택을 했습니다. 업무의 시작부터 잘못된 마음이 있었습니다.

업무를 리드한 동료는 온라인 문서를 만들고 자신의 의견을 먼저 작성했습니다. 해당 문서에 각자 생각하는 바를 댓글로 올렸습니다. 댓글로 의견을 표현하는 것으로 제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해당 업무가 제가 해야 하는 일감 중에 우선순위가 낮았습니다. 그래도 상위 리더가 하자고, 아니 하라고 시켰으니 수동적으로 일을 한 것입니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잘못되었습니다.

어제 했던 일을 가지고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미팅 전에 업무 리드를 맡은 동료와 잠깐 상의를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고민만 하고 실행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번잡하기도 하고, 피곤하여 몸과 마음이 가볍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생각을 뭉개고 동료와 사전 논의 없이 미팅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상위 리더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이유를 묻고 동료 간 소통이 되지 않았음을 피드백하며 소통을 잘해야 하는 역할인데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저는 제대로 변명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니 변명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습니다. 마음속으론 책임을 맡은 동료가 리드를 안 해줬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일말의 양심이 작동하여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핑계를 얼버무렸습니다. 책임을 맡은 동료를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은 동료와 함께 일을 추진하고 완료하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료가 소통이 잘되어 문제없이 협업하고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미션인데, 내가 업무의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점과 그래서 소통을 주도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것도 동료 중에 가장 시니어라는 사람이 수동적으로 행동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소통을 과하게 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는 입사 후 3주 만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정신없이 생각나는 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 흔하게 저지른 실수라고 하기엔 반성이 깊고 처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업무 우선순위에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처리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을 잘 챙겨야 한다는 배움이 있었습니다. 안 중요하니까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안 중요하면 시작부터 하지 않거나 중요해서 시작했다면 과정을 진행하는 절차와 협업, 마음가짐이 철저해야 합니다.

당장 오늘부터 다시 각오를 다지고 열심히 주도적으로 일을 하겠습니다.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상기하겠습니다.

*정립해야 할 것

1. 업무 프로세스를 잡아야 합니다. 모든 일에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모든 일에 순서를 염두에 두어 진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의지로 뭉개지 않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과정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2. 협업이 순탄치 않다면, 소통이 자유롭지 않다면, 정기적인 모임 시간을 만들면 어떤가요? 아주 짧게 10분 정도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업무 공유, 논의 주제를 가져와도 되고, 업무 방식, 팀 분위기 등 진짜 하고 싶은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죠. 인위적인 장치를 통해서라도 동료와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를 좁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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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3일 오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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