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후라이 1112
최근 3개월 회고 시리즈 (1)
처음 해보는 일은 이전보다 두 배로 노력해야 한다.
16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며, 9가지 직무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니까 커리어 시작부터 총 8번 직무를 변경한 셈이죠.
1. 매장 관리 (그냥 해보고 싶어서)
3. MD (해당 부서에서 불러줘서)
5. 영업 관리 (이직하려고 고르다 걸린)
7. 마케팅 (선명한 이유 모를 부서 이동)
9. 교육 (스타트업에 환상을 갖고)
11. PM (이전 회사를 탈출하려고)
13. 채용 (막연한 동경심과 채용 문화 혁신을 위해)
15. 커리어 코치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
17. HRBP (회사가 제안해서)
왜 그렇게 직무를 변경했냐고 묻는다면, 4번 마케팅까진 자의반 타의 반, 무념무상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의도적인 직무 전환은 아니었습니다. 각 직무를 갖게 된 배경을 간단히 작성한 내용처럼 ‘그냥’, ‘시켜서’, ‘얻어걸린’ 이런한 이유로 직무가 변경되었습니다. 그것이 딱 경력 10년 동안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서당 개도 10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으니, 직장 생활 10년 정도 한 사람으로 어느 정도 자각이라는 것이 생겨서 ’나도 내 뜻을 세워 내 뜻대로 직무를 선택해 보리라‘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전 10년과 이후 직무와 직장 생활이 달라졌나고 묻는다면, 크게 변화된 내용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이상적이고, 여전히 어리바리했으며, 여전히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직무를 바꾼다는 건, 처음부터 탑을 다시 쌓는 것과 같습니다. 이전에 아무리 비슷한 일을 경험했어도 직무를 전환하는 순간, 없던 일이 됩니다. 회사 내에서 직무를 바꾸는 경우나 이직으로 직무를 바꾸는 경우나 모두 동일한 느낌입니다.
직무를 바꿀 수 있었던 건,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이 직무 간 유사한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하드 스킬 : 데이터 분석, 문서 작성, 시장의 이해, 고객 조사 등
- 소프트 스킬 : 소통, 협업, 문제 해결, 성실, 인내, 끈기, 열정 등
위와 같은 스킬을 제가 모두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수준입니다. 더해서 직무에 대한 얕은 이해가 있으니 현업에서 ’이 녀석 쓸만하다‘고 평가를 내렸던 것입니다.
새로운 직무를 시작할 때마다 쉽지 않았습니다. 뭔가 손에 잡힐 듯한데 빠져나가고, 알 듯한데 깊이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 배우면 잘 잊지 않았고, 응용해서 다음 단계의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대박은 아니지만, 중간은 가는 정도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의지와 열정, 도전정신을 발휘하여 시작한 채용, 커리어 코치, HRBP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이전보다 뚜렷한 목적의식과 진짜 잘해보겠다는 열정, 그리고 스스로 선택했다는 도전정신이 넘쳤는데, 이전 자의반 타의 반 선택했던 직무와 열매의 크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묻는다면, 노력의 크기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산이로되, 실제는 놀이터 두꺼비 집 수준이었던 것이죠. 세상을 바꾸겠다는 다짐이 있었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다른 하고 싶은 일도 하느라 원대한 목표를 이룰 노력을 더할 수 없었습니다.
꼭 목표가 대단하지 않아도,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그 일을 잘하려면 이전보다 두 배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전부터 그 일을 하던 사람의 수준으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간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꼭 비교를 당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일을 만족스럽게 계속해보려면 빠르게 일정 수준까지 역량이 도달해야 합니다. 역량이 도달함은 성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새로운 일에 도전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작은 성과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작은 성과라도 빠르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그걸 모두 이야기하려면 오늘 글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혹시 직무 전환에 고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아래 메일로 편하게 문의를 주셔도 좋습니다.
gyuir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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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3일 오전 1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