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하루 평균 2건 정도씩 컨설팅과 멘토링을 진행했다. 대부분 온트랙이거나 마무리 단계라 민감한 이슈가 없었고 딱 한건만 살짝 삐딱선 타서 잠시 골머리를 앓았을 뿐 편안하게 보냈다. 지난주 백수모드가 이번주도 이어졌다는 마음가짐에 당장 내일부터 미디어에서 각종 연말 시상식들이 예정되어 있다보니 마음은 내일부터 올해가 끝날 때까지 푹쉬는 긴 연휴모드에 돌입하고 있다. 온도보다 일조량에 컨디션이 좌우받는 체질이라 내일 동지가 그 변곡점이 될 듯하고. 내일부터 1월 1일까지 일도 거의 없어서 연휴 백수 아재 놀이에 무리가 없다. 내일 오프라인 컨설팅 한건, 다음주 온라인 컨설팅 2건에 올해 남은 기간동안 OI Book 제작 컨설팅에서 담당한 스타트업들 서면 컨설팅만 하면 된다. (사실 미리 하면 좋은 다른 일들이 있지만 마침 일정도 충분하고 모두 내년으로 미룰 것이다) 아무튼...
올해 새롭게 깨닫게 된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행복에 대한 정의다. 난 주위사람들에게 항상 지금 너무 행복하고 인생 모든 시기 중에서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해왔다. 그래서인지 추억에 빠져 과거를 그리워하는 일도 별로 없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작년에 올해 트렌드를 예상하는 트렌드 강연이나 컨설팅을 하면서 이야기했던대로 올해는 '카오스' 시기로 정점에 달했고 아니길 바랬지만 최악의 트렌드 시나리오대로 가버렸다. 내 사업이나 일의 특성상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역시나 그 거대한 물결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정면돌파를 선언하고 올해를 지내왔는데 어쨌든 결국 살아남았다. 파도를 타지는 못했지만 파도에 쓸려가버리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새롭게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행복은...
뭐 대단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엄청나게 즐겁거나 하루하루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무탈하고 심심한 것이다. 하루하루 바로 눈앞의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하지 않고, 풀어야할 큰 문제나 고민은 있지만 해결해나갈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고, 밥 꼬박꼬박 챙겨먹고 편안하게 잠 잘 수 있고 당장 일상을 무너뜨릴만한 사건과 사고 없이 지내고 있다면 행복한거다. 종종 몇시간이던 몇일이던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다면 그건 행복의 증거고. 별거 없고 무탈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회사 그만두고 홀로 선 이후로 매해 한번도 놓치지 않고 하던 내년도 트렌드 강연과 컨설팅을 올해는 넘겼고 마찬가지로 사업과 일, 사생활에 대한 올해 정리와 내년 목표와 계획도 넘겼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년도 트렌드와 변화에 대해 종종 풀어왔는데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힘들거다. 대신 힘들지만 올해와 같은 불안정와 예측불허 보다는 안좋은 방향이지만 어쨌든 안정적일거다. 내년은 뭔가 대단한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저지르기 보다는 잘 버텨내고 살아남으면서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현실적이고 행복한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긴 호흡보다는 하루하루에 집중하고 우연히 다가올 기회에 민감해지는 것을 올해 정리와 내년 계획으로 정했다.
올해 현재 기준으로 자산 현황을 모두 정리해보았다. 예상대로 올해 수입은 역대 최고 수입을 올렸던 작년 대비해서 무려 15%나 줄었다. 올해 총선과 세수문제로인해 정부지원 사업들이 늦게 되었고 혼돈의 경제상황으로 기업들이 잔뜩 움추려들어서 줄어든 시장만큼 노동수입이 빠졌다. (시간당 돈을 버는 사업과 일을 하다보니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현금화한 투자 수입이 늘어서 채운 덕분에 이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 연초에 상장주 등 금융투자한 것들을 모두 팔아서 현금화했다. 요즘 상황을 보면 선제적으로 판단해서 미리 잘한 듯하다. 적은 금액이지만 부채도 소폭 줄였고, 내년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서 버틸 수 있는 현금을 조금 쌓아두었다.
매해 스타트업 대상 개인투자를 하는데 올해는 새로 투자한 곳은 없다. 1월부터 올가을까지 현금흐름이 엉망인 상황이었어서 타이밍을 잡기도 만만치 않았기도 했지만, 올해도 새로운 스타트업 400개 안밖을 만났지만 희안하게 내 돈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예비나 시드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을 거의 보지 못했다. 평년보다 극소수로 그런 생각이 드는 곳을 만나면 이미 투자 유치가 끝나버렸고. 대신 내년에 시작하는 신규 엑셀러레이터에 지분 참여를 했다. 지금까지처럼 올해도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나와 바라보는 관점도 겹치고 육성과 투자 방향도 일치하고 뜻도 맞았는데, 지난 몇년간의 테스트를 마치고 기회를 열어줘서 참여하게 되었다. 이로써 작년에 세운 올해 목표와 계획 중 하나를 다른 방법으로 달성! 참 기존 스타트업 투자 포트폴리오는 상황이 어려워져서 한곳을 손실 처리했음에도 지분 가치가 소폭 상승했다. 다들 너무 잘해주고 있다.
나이 먹어갈수록 연말이면 오히려 약속이 적고 한가하다. 젊었을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약속이 꽉차있어서 송년회로 소화가 안되는 약속을 신년회로 만들어서 11월말부터 1월 중순까지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은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분위기도 바뀌고 그 시기 나이도 변곡점을 지나서인지 조용하고 차분하다. 물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내 컨디션을 먼저 챙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그런 이유가 더 큰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하고 편안한 내 아지트에서 연말을 무탈하게 보내는게 요즘은 더 행복한 듯하다. 연말까지 아무것도 안하지만 더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백수생활의 심심한 행복을 실컷 즐기면서 11월 1일부터 우리집에서 임시 동거하고 있는 본가가족, 엄마와 동생이 새 집으로 다시 이사가는 것을 도와야겠다. 본가가 우리집에서 다시 분가하고 나면 우리집도 다시 ‘독거 아재 버전’으로 싹 정리해야 하네. 만나면 편안한 사람들이랑 몇몇 약속만 잡아서 나가고, 선물 받았거나 샀는데 조립 못하고 쌓아둔 프라모델 5개 만들어야 하고, 밀려있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영화와 드라마들도 봐야 하고. 참 쟁여놓아도 되는 평소 쓰는 수입제품들은 가격 오르기 전에 미리 쇼핑해야하고~ 이런... 기대와 달리 심심할 틈은 없겠군. 😊
올해는 2024년 올해 회고와 정리, 2025년 목표와 계획은 이 하나로 끝. 어젯밤 오랜만에 꿈도 꾸고 꿈자리도 좋아서 설레이고 신난다. 놀자!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4년 12월 20일 오후 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