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전학을 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에 전학을 딱 한 번 경험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사를 하면서 학교를 옮긴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데 동참하기 위해 전학한 것입니다. 당시 8살이었던 꼬마는 전학이 무엇인지, 이사가 무엇인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부모님을 따라 몸을 옮기는 행위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전학했던 상황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이유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지만, 학교에 가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계속 자는 척했습니다. 엄마, 아빠, 형 모두 자길래 아무도 깨우지 않고 계속 자면 학교에 가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실패였습니다. 그날도 학교를 갔습니다.


전학이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유추하여 아들도 이번 전학으로 마음이 어려우면 어떡하나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저보다 58000배 강하고 담대하더이다. 자식 자랑이 아니라 저를 닮지 않고 씩씩하게 새로운 학교를 가고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제 전학 간 지 3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할 때, ‘나’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곳에 있는 기존 사람들의 태도 또한 새로이 합류하는 사람의 적응에 큰 영향을 줍니다. 기존 사람들의 태도가 친절하면 새로이 합류하는 사람이 쉽게 적응할 수 있고, 반대로 기존 사람들의 태도가 경계로 가득하다면 새로이 합류하는 사람도 마음이 무거울 것입니다.


전학 가는 아들에게 첫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소감을 묻자 담담하게 ‘괜찮았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았는지 묻자 ’그렇진 않았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밝게 웃고 먼저 말을 걸어보라고 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밝은 표정으로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건네는 것을 저는 정말 잘 못합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다는 것이 쉽지 않은 행동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나이를 제법 먹고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용기가 조금 생겼습니다. 엄청 적극적으로 다가가진 못하더라도 먼저 인사도 해보고 몇 번 마주쳤다면 슬쩍 말도 걸어봅니다.


생각해 보면 처음 보는 사람도 그냥 사람이고, 얼마든지 웃으며 인사할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하지 않고 말도 섞지 않는다는 학습을 어디서 배웠는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도 모른척하고, 회사 사무실에서 다른 팀 동료를 만나도 모른척합니다.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누가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고 희망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을 때 늘 상상합니다. 기존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한 미소로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냉랭합니다. 각자 할 일을 하기 바쁘고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지 않습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일은 아니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관심과 용기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용기를 내어 말을 걸면 새로운 관계가 시작됩니다. 기존 사람과 새로운 사람 중에 누가 먼저 해야 하나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먼저 관심과 용기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이 성숙한 인격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난 어른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과 용기를 갖고 먼저 말을 걸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그동안 모른척했던 이웃이나 동료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해보세요. 아마도 인사를 받은 이웃이나 동료가 마음속으로 ’왜 저러나 무섭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인사를 받은 그분도 마음이 밝아지지 않을까요? 친절함과 따뜻함은 전달이 된다고 믿습니다. 매서운 추위를 녹이는 친절함과 따뜻함을 전하는 하루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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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5일 오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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