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길을 알아보는 시야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길눈이라고 부릅니다. 길을 알아보는 시야는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잘 찾아갈 수 있는지에 따라 밝기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면, 지도에서 찾은 목적지를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을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다면 길눈이 밝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대로 지도를 봐도 우왕좌왕하고, 길을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도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면 길눈이 어둡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길눈이 밝은 편인가요? 아니면 어둡나요? 저는 보통 이상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로를 보면 방향을 잡을 수 있고, 헷갈리는 길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더듬더듬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즘은 모바일 지도 앱이 너무 친절하고 편리하게 길을 안내해 줘서 길눈이 크게 밝을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지도 앱을 보고도 길을 못 찾는다면 길눈이 상당히 어둡다고 인정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알려줄 때 어떻게 설명해 주시나요? 전방 100미터에서 우회전, 정은이네 약국이 나오면 좌회전, 50미터 앞에서 버스정류장이 나온다고 이렇게 길을 설명해 주시나요? 쭉 가다가 거기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아마 거기서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아고 길을 설명해 주시나요? 이건 친절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길을 인식하는 방식과 아는 것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가 저에게 길을 물어본다면, 저는 빠르게 답변을 잘 못합니다. 뇌에서 위치 데이터를 불러오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아는 길도 말로 설명하는 것이 텍스트 처리하여 말로 출력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버벅거리며 길을 안내하면 물어본 사람이 약간 의심쩍은 표정으로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몰아쉽니다. 컴퓨터로 치면 CPU 사양이 높지 않아서 데이터 연산과 처리 속도가 느린 것입니다.
질문을 받았을 때 빠르게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와 원하는 만큼 잘 설명하지 못하고 돌아서 후회하는 경우를 두고 순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동할 때 몸의 움직을 보면 느리지 않고 순간적인 판단과 방향 전환 속도가 느리지 않은 것을 보면 결코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냥 뇌 기억 장치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때 이렇게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후회한 경험이 많습니다. 이건 또 기억 장치와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면밀하게 상황을 분석하여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좁고 짧게 고민하여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을 나중에 상황을 복기할 때 비로소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차라리 나중에 떠올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지나간 상황을 복기하고 또 복기하여 당시에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을 만들어 후회를 잔뜩 낳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침착하게 시간을 갖고 고민을 깊게 하자고 다짐했고 또 다짐을 하지만 그게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경솔한 판단의 결과는 후회와 한숨뿐입니다. 가끔 하늘이 도와서 잘 풀린 케이스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운 좋은 사람 말고 신중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들에게 처음 가는 길을 딱 한 번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혼자 찾아와 보라고 시켰습니다.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고, 저는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은 어설픈 아비입니다. 아들은 자신 있게 그러겠노라 했고, 어제 그 일을 잘 해냈습니다. 아빠를 닮지 않아서 길눈이 제법 밝은 듯합니다. 물론 소중한 아들이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도록 평소와 다르게 정말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거의 5미터 단위로 보이는 가게를 이정표로 방향을 안내했으니 슈퍼 지도 앱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사랑은 능력을 초월하게 만듭니다. 없던 능력, 부족한 힘이 나오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그랬듯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삶의 길을 이야기 나누는 이 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쓰고 있습니다.
오늘이 여러분에게 최고의 하루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2월 7일 오후 11:14
•
조회 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