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곤충을 좋아합니다.
살면서 흔하게 만나는 곤충을 아이들은 신기해합니다. 곤충을 바라보며 뚫어지게 관찰하고 무섭다고 하면서 슬쩍 건드려 봅니다. 사실 요즘 도시에서는 곤충을 잘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우연히 만나면 반가울 만도, 신기할 만도 한 아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어제는 곤충 체험 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딸과 단둘이 데이트를 했습니다. 딸은 오빠의 영향으로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곤충을 만져보고 싶다고 조릅니다. 어느 곤충의 애벌레를 만지는 것을 징그러워하지 않고, 파충류를 손바닥 위에 올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서울에 곤충의 표본을 전시하거나 살아있는 곤충을 직접 만질 수 있는 곳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규모가 크지 않고 곤충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땅값이 비싸니 곤충을 위한 자리를 넓게 가져가기 어려운 것을 어른인 저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부동산보다 곤충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튼 어제는 서울을 벗어나 더 넓고 다양한 곤충을 만날 수 있는 곤충 체험 박물관을 작정하고 찾아 나섰습니다.
꼬박 한 시간을 운전하여 도착한 용인의 한 곤충 체험 박물관은 한 적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도시에서 한 시간만 외곽으로 나와도 이렇게 시골 느낌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논과 밭이 있고, 낮은 건물과 인적이 드문 거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인위적인 소리보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환경이 완벽한 시골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 원이 넘는 입장료를 계산하고, 일부 특별 체험 활동은 비용을 따로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돈이 아까웠다기보다는 서울 외곽 시골 마을에 있어도 박물관을 유지한다는 것과 수익을 내고 이윤을 만들어야 하는 일은 지역과 업종을 떠나 어디든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는 이처럼 치열한데, 아이들은 돈이나 계산 따위는 안중에 없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갖고 싶은 것은 사달라고 조르며,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신나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슬프면 체면 따윈 고려하지 않고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엉엉 웁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이유가 이렇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익충과 해충을 나누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인 사람마다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곤충은 인간에게 이롭거나 해롭다는 판단을 전적으로 사람이 내리는 것이고,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모기와 파리처럼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롭게 느껴지는 곤충이 정해져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떤 곤충이 이롭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은 잘 없는 것 같습니다. 흔히 익충이라고 알려진 벌이나 나비, 거미도 어떤 누군가에겐 귀찮거나 보기 싫고 해로운 곤충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 사건 속에서 개인마다 느끼는 감정과 배움이 다른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유익한 사물과 사건이 다른 누군가에겐 슬프고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의 사연을 듣고 함부로 판단하여 섣부르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가 들은 것을 경솔하게 생각하고 쉽게 말로 표현하는 일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미는 성충이 되기 위해 알에서 태어나 유충을 지나 번데기로 보내는 시간이 7년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성충이 되어서 날갯짓하며 맴맴 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여름 한 철입니다. 어른 매미는 알고 7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내를 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매미는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여 맴맴 울어대는 것일 수 있지 않을까요?
곤충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체험 공간에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각종 도마뱀과 달뱅이, 두꺼비 등 다양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사람의 입장에서 친구들이 기다렸다고 오해할 뿐이죠. 사실 곤충 친구들은 얼마나 피곤할까요? 장난꾸러기 한 명 왔다가 신나게 괴롭히고 가서 한숨 돌리며 쉬려고 했는데, 또 다른 장난꾸러기가 와서 곤충 친구들을 놀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곤충에게 감정이 있다면 자연이 아닌 인공적인 공간에 갇혀 사는 친구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곤충이라고 아이들에게 괴롭히지 말라고, 잡아서 채집통에 가두지 말라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고 강조합니다. 듣거나 말거나 신나게 잡고 괴롭히는 모습을 보면, 사람 참 악하게 태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본인보다 작고 힘이 약한 친구를 서슴지 않고 괴롭히니 말입니다.
오늘은 우리 가까이 있는 작고 약한 친구들을 돌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 친구가 말하지 못해도 귀 기울여 가까이 감정을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그런 인정 넘치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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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9일 오전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