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립 blip | 한눈에 보는 케이팝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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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에 쫓기면 발표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다. 준비가 부족할수록 발표 자료는 많아지고, 말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이렇게 급하게 진행된 발표는 참석자들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발표를 마친 후 "질문 있으시면 말씀하세요."라고 해도 반응이 없다면, 실패한 발표의 증거다.
내용이 중요하다면 발표가 매끄럽지 않아도 참석자들이 집중하고 질문할 것이다. 하지만 발표 내용이 참석자들에게 영향력이 없거나, 알고 싶지 않은 주제라고 생각되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뿐 머리나 마음속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발표 전과 발표 후 달라지는 것은 참석자들이 소비된 시간뿐이다
프로젝트 수행 시 변화의 필요성과 내용을 설명하는 발표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찝찝하지만 침묵을 동의로 간주하고 개발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적용을 위한 설명회를 열면, 그제야 참석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이는 메시지 전달이 아닌 발표 자체에 집중한 부작용이다. 역량이 부족한 프로젝트 관리자는 "이전에 다 설명했고, 그때는 아무 말 없었는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프로젝트에서 하는 발표는 변화와 관련된 것이 많은데 이때 발표의 목적은 참석자들에게 '왜, 무엇을, 어떻게'를 명확하게 이해시키고, 의견을 청취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발표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려면 자세하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가조치(self service) 콘텐츠를 강화하겠습니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박할 수 없지만,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모호하다. 술과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술과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는 아이디어 또는 술과 담배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의미 없고 논리적이지 않는 백데이터를 제시한다고 구체적인 것이 아니다. 의미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자가조치 콘텐츠와 관련해 참석자들의 관심과 토의를 유도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 현재 자가조치 콘텐츠가 부족해 고객들이 겪는 불편은 무엇인가?
• 기존 콘텐츠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 콘텐츠 품질을 개선하려면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뾰족한 송곳이 구멍을 뚫을 수 있듯,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토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면 발표주제를 좁혀야 한다.
많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발표시간도 부족하고, 참석자들의 집중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 '왜'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무엇을'은 간단히 언급하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두 번째, 참석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왜'와 '무엇을'을 보완한 뒤, '어떻게'를 설명하고 논의한다.
세 번째, 어떻게'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각 단계에서 참석자들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반에는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이후에는 여러 부서 및 실무자를 포함해 점진적으로 참석자를 확장할 수 있다.
- 잘 모르는 주제라도 고민한 만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확실한 근거나 논리가 부족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을 회피하면 핵심 문제를 생략하게 되고, 결국 해결 방안도 부실해진다. 코끼리를 설명해야 하는데 냉장고를 설명하는 우스운 상황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기존 콘텐츠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관련 주제를 삭제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 자체가 약해진다. 이럴 때는 발표자가 고민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공유하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자가조치 콘텐츠의 문제점을 가독성, 정확성, 검색 용이성 측면에서 분석해야 하지만, 현재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나눠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특히 경영층의 스폰서십을 얻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
- 불편한 이야기를 피하지 않는다.
참석자들이 반대하거나 불편해할 내용을 발표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표가 구체적일수록 참석자들의 이해관계가 분명해지므로, 오히려 이 과정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각 부서에 요청할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표가 끝나고 실무자들이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발표 전에 유관 부서와 미리 협의하는 것이다. 특히, 반대 의견이 예상되는 부서와는 사전 조율을 거쳐야 회의석상에서 논쟁시간을 줄일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리법보다 재료가 중요하듯, 좋은 발표도 발표 스킬보다 발표 주제에 대한 통찰이 중요하다. 그러나 발표의 완성도는 0점부터 100점까지 다양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참석자들에게 메시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발표 순간에는 불편할 수도 있고,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발표 후 업무를 진행하면서 겪게 될 고생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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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삼성 SDS에서 30년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책 <슬기로운 PM 생활>을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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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2일 오전 1:36
작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들을 하나씩 선보이며 성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더 보기1.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고 설교하지만, 정작 자신은 직원들을 신뢰하지도 존중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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