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어제는 오랜만에 엑셀을 알려주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가끔 엑셀 활용 왕초보 님들에게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가 사회 초년생 시절에 엑셀의 ‘엑’자도 모르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처리하느라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후배님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공감하고 있기에 엑셀 활용 초보자를 돕는 것이 제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엑셀을 처음 배울 때, 정말 너무 하기 싫었습니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끝도 없는 네모 칸 안에 좁쌀만 한 숫자를 입력해서 연산하는 작업이 골치가 아팠습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의미를 몰랐고, 그래서 시키는 것만 기계적으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숫자가 안 맞고 틀리고 하더라고요. 팀장님과 선배에게 맨날 혼나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제발 생각 좀 하라’는 당부였습니다.


목적이 없는 행동은 이상한 결과를 만듭니다. 엑셀을 활용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일을 시키니까 한다고 생각하니 목적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목적을 모르니 하기도 싫고 일을 요구사항에 맞게 해내지 못했습니다. 살면서 이와 같은 일을 숱하게 경험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왜 내가 버려야 하는지, 청소기를 왜 내가 돌려야 하는지, 세탁기와 건조기는 맨날 왜 내가 해야 하는지, 운동은 왜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지, 동영상은 적게 보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지 등 목적을 이해하지 않고 해야 하니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목적을 알았겠지만, 어느새 습관이 되어 목적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엑셀을 활용하여 무엇을 해야 한다면, 엑셀 화면을 채우고 있는 글자와 숫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의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배우는 것도 무작정 배우는 것은 무용지물입니다.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배우려는 무엇이 있다면, 그 무엇이 가지고 있는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무엇이든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엑셀도 기능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기능을 다 알고 사용할 수 있어야 엑셀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목적에 맞는 정도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취업을 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고, 그 일을 통해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싶은지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의 결과에 따라서 역량과 경험을 준비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무엇이든 맹신하는 버릇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에 가장 좋은 것, 가장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각자 상황과 개성에 따라서 적합한 것과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교육이 가장 유명하고 좋아 보여서 무작정 수강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교육이 자신과 가장 잘 맞는 내용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호기심이 없다면, 의도적으로 ‘왜’를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왜’ 좋은지, ‘왜‘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힘과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배울 수 있고, 정확히 해낼 수 있습니다. 유명한 five why 이론이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려 다섯 번까지 물어보기 어렵다면, 딱 한 번만 제대로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어제 엑셀 활용 수업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소개하고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받은 분의 마음은 여전히 답답하고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시원하게 잘 가르쳐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부디 해야 하는 일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연습을 반복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새로운 일을 해야 하거나 배워야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일과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목적과 의미를 생각해 보고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을 꼭 진행해 보세요. 기대 이상으로 환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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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2일 오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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