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읽던 글에서 신뢰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리고 문득, 얼마 전 구성원들과 대화하며 나도 모르게 "저를 믿고 한번 따라와 주세요"라고 말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글의 한 구절이 유독 마음에 깊이 파고들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피와 땀과 눈물을 통해서만 쌓이는 저축과 같다."
"나를 믿어 달라"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가볍고 공허할 수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게 신뢰란, 누군가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직 설익은 아이디어나 쓰라린 실패의 경험, 혹은 차마 꺼내기 어려운 개인적인 고민을 내게 편히 들고 올 수 있다면, 그와 나 사이에는 이미 소중한 신뢰 통장이 개설된 셈이다.
그리고 이 통장의 잔고는 어려운 행동을 할 때 더 빠르게 쌓인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저 약속을 지키는 것을 넘어,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미리 상황을 공유하고 양해를 구하는 용기. 실수를 덮는 대신, 그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솔직함. 중요한 결정을 내린 뒤, 그 결정의 배경과 고려했던 다른 대안들, 그리고 우리가 감수해야 할 제약까지 먼저 설명하는 투명함. 이러한 행동들이야말로 신뢰의 단단한 기반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나를 돌아보니, 부끄러운 부분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과연 약속을 어기기 전에 충분히 먼저 알렸던가? 동료에게 불편할 수 있는 피드백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적시에 정중하게 전달했던가? 나의 실수를 감추기에 급급하기보다, 그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솔직하게 공유했던가? 중요한 결정을 내린 뒤, 그 배경과 이유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노력을 했던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질문들 앞에서, 내 신뢰 통장은 생각보다 잔고가 적거나 어쩌면 잦은 인출로 바닥을 보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신뢰는 거창한 다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신뢰는 대단한 가치나 덕목이기 이전에, 매일의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작은 실천의 합계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시 통장에 단 1원이라도 더 저축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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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5일 오후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