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을 꾸짖어 봐야 별 효과가 없다. 사실, 격려조차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꾸짖고 호통치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내 스스로가 아직 수양이 덜 되었음을 외부에 드러내는 짓일 뿐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는 비아냥까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보스들은 직원들을 꾸짖는데 여전히 적극적이다. 구석에 직원을 세운 채 1시간씩 호통을 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흔히 ‘또라이’ ‘꼴통’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이런 보스들에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실험 결과를 소개해 주고 싶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에 동기부여를 하고 싶다면, 입부터 닫아라(If You Want to Motivate Someone, Shut up Already)>이다. 제목부터 너무 도발적이며 흥미롭다.

브랜든 어윈 캔자스 주립대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플랭크’라는 복부 운동을 시켰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혼자 운동을 하다가, 나중에는 플랭크 전문가와 함께 했다. 한 그룹에서는 전문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실험 참가자와 함께 플랭크만 했다. 다른 한 그룹에서는 전문가가 ‘잘 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자! 해보세요‘ 등의 말로 참가자를 격려하면서 함께 운동했다.

전자와 후자 중 어느 그룹이 플랭크를 더 잘하게 됐을까? 뜻밖에도 전문가가 침묵을 지킨 전자의 그룹에서 실험 참가자들의 성적이 더욱 향상됐다. 혼자 플랭크를 할 때보다 33%나 성적이 향상됐다. 후자의 그룹에서는 기껏 22% 좋아졌을 뿐이었다. 이 실험 결과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보스가 옆에서 직원을 격려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결론에 대해 어윈 교수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보스가 직원을 격려하는 방식은 크게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실험 참가자와 함께 운동을 한 전문가가 침묵했을 때 성과가 좋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보스의 격려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호통이나 꾸지람은 효과가 더 없을 것이다. 플랭크 전문가가 옆에서 ”왜 그 정도밖에 못하냐?” “그렇게 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그만 둬라“ 등의 말을 했다면 실험 참가자는 당장 운동을 그만 두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직원을 이끌고 동기부여 해야 하는 것일까? 격려도 안 되고, 호통도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모범으로써 리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더글러스 코넌트 전 캠벨 CEO도 “Leading by Example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어윈 교수의 실험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실험 참가자가 홀로 운동할 때보다 전문가와 동반해 운동할 때 성과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옆에서 함께 일하는 리더가 모범을 보여줄 때 성과가 향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보스들이 모범이 아니라 손가락과 입으로만 직원을 이끌려고 한다. 자신은 일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지시만 하려는 보스, 호통으로 직원들을 압박하려는 보스는 올바른 리더가 되기 힘들다.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부여 하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먼저 당신 입부터 닫으세요’라고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 ‘보스가 입을 닫은 채 어떻게 직원들을 이끌 수 있냐?’는 반박을 많이 받는다. 보스라면 직원들에게 해야 하는 말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 보스가 조직을 이끌면서 ‘침묵 경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부하직원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다만 어떤 말을 하느냐가 문제다.

생텍쥐페리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당신이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인부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세요. 그들에게 업무와 일을 할당하려고 하지도 마세요. 그보다는 그들에게 바다에 대한 끝없는 동경을 품게 하십시오.”

보스가 해야 할 말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글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보스는 ‘회사의 미션에 대한 끝없는 동경’을 말해야 한다. ‘배’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배를 타고 먼 바다를 항해하는 미션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미션에 대한 동경을 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보스가 해야 할 일이다. 이는 직원에게 일을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자신의 회사가 항해할 먼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품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호통을 치거나 격려를 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 어떤 일을 더 열심히 해라 등을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 직원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들이 자신의 미션, 즉 ‘내가 왜(why) 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고약한 인간성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혁신가로 남을 수 있던 까닭은 직원들에게 ‘미션에 대한 동경’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직원들에게 “우주에 흔적을 남기자(Put a ding in the universe)”고 말했다. 애플 직원들의 “여정 자체가 보상(The journey is the reward)”이라는 말도 했다. 제프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역사를 만들자(make history)”고 말했다.

이처럼 보스는 우리 조직의 일이 단순히 돈을 버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무언가 큰 의미를 위한 여정임을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 보스들은 정반대의 전략을 활용한다. 먼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은 말하지 않는다. 반면 직원들의 마음 속에 ‘두려움’을 불어넣으려 한다.

승진에 대한 두려움, 보너스를 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등을 활용해 직원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manipulation)하려 한다. 그리고는 직원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호통을 친다. 이런 보스에게는 영화 <세 얼간이>에서 나온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서커스의 사자도 채찍의 두려움으로 의자에 앉는 걸 배우지만, 그런 사자는 잘 ‘훈련’됐다고 하지 잘 ‘교육’됐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혹시 직원들을 서커스 사자로 취급하고 있지 않는가? 보스인 당신이 쥐고 있는 권력에 대해 직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이용하려 든다면, 당신은 채찍을 든 사육사와 다를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