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품 브랜드의 뷰티 라인은 향수나 한정판 립스틱처럼, 브랜드 세계관의 ‘조연’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전혀 다르다. 패션 하우스로 정체성을 다져온 브랜드들이 이제 메이크업, 스킨케어, 네일까지 뷰티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화장품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루이비통이 있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이 전개하는 루이비통은 최근 1854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코스메틱 부문을 신설하고,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와 함께 ‘라보떼루이비통’ 컬렉션을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루이비통이 뷰티 악세서리가 아닌 화장품 자체를 출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루이비통의 행보는 단순한 제품군 확대를 넘어 명품 하우스들이 뷰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패션 분야는 주춤한 반면, 화장품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기 때문. 뷰티 업계는 물론 패션계에서도 ‘이제 게임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명품 브랜드의 뷰티 시장 진출은 전혀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발렌티노, 에르메스, 돌체앤가바나, 구찌 등은 이미 뷰티 시장에 진입해 립스틱과 블러셔, 향수 등을 출시하며 자신들의 쿠튀르 감성을 풀어내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 접근이 특징이다.


프라다는 2023년 뷰티 컬렉션을 론칭하며 본격적인 전환을 알렸다. 기존의 향수를 넘어 스킨케어, 메이크업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고, 론칭 1년만인 2024년 한국 백화점에 입점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올해는 서울 성수동에 부티크 매장을 여는 등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시그니처 디자인을 재해석한 패키지, 고기능성 제품, 그리고 리필 가능한 친환경 용기 등으로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향수 라인을 선보인 뒤 코스메틱으로 확장 중인 셀린의 셀린보떼 또한 2024년 10월 립스틱을 시작으로 국내에 공식 론칭했다.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섬세한 미학이 담긴 패키지는 클래식한 골드 디테일과 브랜드의 시그니처 로고인 트리옹프가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조용한 럭셔리의 대명사인 브루넬로쿠치넬리도 합류했다. 2024년 첫 향수 컬렉션을 선보이며 뷰티 시장에 조심스레 진입한 것. 절제된 미학과 섬세한 감성을 중시하는 브랜드답게, 브루넬로쿠치넬리의 향수 라인은 과하지 않은 우아함과 정제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뷰티 사업을 접었던 마크 제이콥스 역시 뷰티 라인을 다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 제이콥스는 2013년 LVMH의 자회사인 켄도와 손잡고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8년 만인 2021년 철수한 바 있다. 마크 제이콥스는 글로벌 화장품•향수 제조업체인 코티와 함께 마크제이콥스뷰티를 재론칭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의 뷰티 시장 진출을 단순한 카테고리 확장이 아닌 ‘소비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본다. 경기 침체와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고가 명품 소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뷰티 제품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된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듀프(dupe•명품을 모방하여 만든 가성비 좋고 저렴한 대체품) 소비’가 확산하며 명품 소비가 양극화되는 가운데, 뷰티 라인을 통해 브랜드 감도를 유지하면서 ‘접근 가능한 명품’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뷰티 라인은 명품 브랜드가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감각적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이며, 패션 생태계 전반을 유연하게 확장해주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명품 브랜드는 왜, 뷰티에 진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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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8일 오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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