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인턴 동료와 함께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후 무렵,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고, 마침 군것질할 수 있는 여유도 있었으며, 시간도 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여러 조건 중 하나라도 맞지 않았다면 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아도 기회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인턴 동료는 팀에 합류한 지 두 달하고 보름쯤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팀에 합류한 지 세 달 남짓 되었고, 팀에 적응하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부터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특별히 친해지려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일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고, 굳이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친해지면 피곤하다고 느꼈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고, 점심을 먹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빠르게 일만 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좋았고, 집에 가서 가족과 보내는 편안한 시간이 더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인턴 동료와는 두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가끔 점심을 함께 먹어도 개인적인 질문은 삼갔고, 업무 시간 중에도 업무에 필요한 이야기만 했습니다.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였죠.
어제는 그동안의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인턴 기간도 이제 보름 남짓밖에 남지 않았기에, 너무 일만 시킨 것 같아, 그리고 즐겁게 일할 기회를 주지 못한 것 같아 사과의 말을 건넸습니다. 직장 생활이 즐겁고 배움이 있는 경험이 되도록 도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사정이 있었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힘들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을 챙길 여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했지만, 결국은 외면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도 어른인 척 말하고 행동했던 제 모습이 가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언제쯤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훈련을 거쳐야 어른다워질 수 있을까요?
그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눈 대화 덕분에 아쉬웠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놓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인턴 동료도 그동안의 마음을 다 전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를 통해 평소에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말이죠.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효율성만 따지면 비생산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피곤하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효율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때론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일도, 그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 속에도 꼭 필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치 기계의 작동을 위해 없어선 안 될 작은 부품처럼요.
가정이든 직장이든, 어떤 공동체든 사람들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일이 급하고 많아도 교감과 대화를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진짜 효율적인 길은,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오히려 가장 빠르고 바른 길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가 아는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보다,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교훈’을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여유를 내어 주변 사람들과 신나게 수다를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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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7일 오후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