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회사에서



어제는 오랜만에 토요일에 회사를 찾았습니다. 일이 쌓여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회사에서만 접근 가능한 컴퓨터로 확인해야 할 자료가 있었고, 주말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온전히 집중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워크홀릭도, 회사에 충성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단지 평일엔 하기 어려운 일에 주말 동안 몰입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시간 정도 집중해서 일을 마친 뒤, 퇴근길에는 노량진에 들러 와플을 먹으며 힐링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제가 확인하고 싶었던 자료는 최근 개발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직무로 취업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로 취업하는 일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실제로 취업한 직무가 궁금했습니다.


고용보험에 가입할 때는 회사에서 취업자의 직무 정보를 입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정보는 회사 내부 표현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적인 추측은 가능합니다.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마케터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 연구직, 경영 행정 사무직, 디자인 예술 방송직 등 대한민국 표준 직무 분류 체계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익숙한 표현을 쓰면 더 좋을 텐데, 왜 이런 방식으로 표기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올해 취업자 중 절반 이상이 개발자가 아닌 직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발자로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한 임시 방편으로 다른 직무를 선택한 경우도 많아 보였습니다. 그 마음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큰 꿈을 안고 도전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잠시 돌아가는 선택을 한 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했을까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음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이라면, 그 여정을 계속 응원하고 싶습니다.


자료 정리를 마친 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운영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달력을 빽빽하게 채우며 문득 이런 현실적인 프로그램이 정말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력서 작성, 모의 면접, 기업 담당자와의 만남처럼 실용적이라고 생각했던 프로그램들이 실제로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일까 의문이 생긴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나 리프레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를 확장하고, 생각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사지원서 작성이나 면접 준비는 이제 ChatGPT와 같은 도구가 사람보다 더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물론 기업 담당자와의 만남도 의미 있지만, 때론 "왜 나만 안 되는 걸까"라는 위축감만 남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밖으로 나가 재미있고 유익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운동을 하거나,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전환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반대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사고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게 됩니다.


무료 전시회를 가거나 자연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 작품을 보며 "이건 뭘까? 어떤 의미일까?"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생각의 폭을 넓히게 만듭니다. 푸르른 자연 속에 있으면 도시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마음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풀어집니다. 다양한 색과 형태의 자연을 바라보면 창의적인 영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늘 같은 곳에 머무르며 갇혀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인 물이 썩듯, 정체된 상태는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게 됩니다. 몸을 움직이고 환경을 전환하면, 새로운 상상과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취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생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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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일 오전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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