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토끼와 거북이



수영장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이 한 레인을 함께 사용합니다. 보통은 빠른 속도의 숙련자와 그렇지 않은 일반 이용자로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구분을 벗어나 다양한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특히 일반 이용자 레인은 관찰해보면 흥미롭습니다. 먼저 저처럼 평범한 속도로 수영하는 유형이 있습니다. 특별한 특징 없이 얌전히 25미터 레인을 왕복합니다. 두 번째는 '거북이' 유형입니다. 일반적인 속도보다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수영합니다. 세 번째는 드물지만 '걷기' 유형입니다. 수영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물속을 걷는 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물방개' 유형이 있는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물장구를 치며 다른 유형을 추월하며 수영합니다.


솔직히 일반 이용자 레인에서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들은 '물방개' 유형입니다. 바로 옆에 빠른 레인이 있는데도 굳이 평범한 사람들 틈에 섞여 추월하며 수영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수영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거나 추월하려 할 때 느껴지는 불안함을 이해할 것입니다. 특히 저는 마음이 여린 편이라 더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공간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더 잘하고 빠르게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속도로 가는 사람, 느리게 가는 사람들도 공존합니다. 지금 당장 누가 더 잘났는지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속도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고,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사는 과정입니다.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고, 추월을 시도하다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앞선 사람을 보며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빠르거나 느리거나, 결국 삶의 본질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삶은 결국 거기서 거기입니다. 빠르게 간다 해도 어느 시점에 가면 비슷한 위치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잘한다 해도 실제로는 실력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조금 더 빨라질 수 있고, 그대로 있으면 평범한 속도를 유지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굳이 빨라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빠르게 달려도 숨이 차고, 잠시 칭찬을 받을지 몰라도 그 기쁨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더 빨라지려 노력하는 것은 존중하고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저는 평범한 삶을 포기하며 굳이 남보다 더 잘하려고 애쓰고 싶진 않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하루를 마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잠드는 일상이면 충분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빠르게 앞서가고 싶은가요? 아니면 느리더라도 자신의 호흡대로 꾸준히 나아가고 싶은가요?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고 선택하며 사는 것이 건강한 공존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속도를 결정하며 살아가는 오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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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일 오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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