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넘기기엔 생각이 많아졌다. 이 프로젝트가 거쳐온 시간과 노력이 느껴졌기 때문에.
2.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늘 두렵다. 그 결과물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 때문이다. 제품이나 콘텐츠, 창작물이 달라도 그 본질적 두려움은 같다. 케데헌을 만드는 사람들도 아마 마찬가지였을거다. 이런 관점으로 3가지가 인상 깊다.
3. 첫째, 90분짜리 완전체 패키지가 보여주는 힘. 케이팝의 구성 요소 모두가 한 편 속에 조화롭게 균형 잡고 있다. 매력적인 세계관, 완벽한 캐릭터, 서사, 음악, 뮤직비디오, 굿즈까지. 초 단위로 콘텐츠 소비가 전환되는 시대에 긴 시간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두고, 가치를 만들어냈다.
4. 현실의 K-Pop이었다면 어땠을까. 아티스트가 데뷔해서, 팬덤이 생기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이클을 완성해서, 이 정도의 임팩트를 만들려면 몇 년의 시간과 얼마의 자본이 필요할지 감도 안 온다. 캐릭터나 가상 IP와는 또 다른 결이다.
5. 둘째, 과정의 기나긴 두려움. 어떻게 이걸 만들었을까. 모든 콘텐츠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확실함은 없다. 만드는 과정은 늘 고독하고 두렵다. 케데헌은 유독 그 과정이 더 힘들었을 거 같다.
6. 2021년에 제작이 알려졌다. 중간에 코로나도 터졌다. Kpop 설정은 중간에 추가됐다.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정답도 모른 채 몇 년을 쏟아부었다.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의 무게를 어떻게 버텨냈을까. 대단하다.
7. 셋째, 비효율적인 디테일에 대한 집착. 만드는 입장에서 디테일은 한도 끝도 없는 경우가 많다. 어디까지 얼마나 해야 할까. 티가 나긴 날까. 보는 사람은 아는 사람에게만 아는 만큼 보인다. 시간과 노력 대비 결과를 보면 디테일은 비효율의 극치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데헌은 디테일의 승리다. 한국 사람이 봐도 이질감이 없다. 남산타워나 한옥마을 같은 풍경, 국밥을 먹는 식사 예절, 심지어 계절감 없는 한국인의 옷차림까지. 단순한 소재를 넘어, 이해와 존중이 더해져 화제성도 잡았다. 디테일이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했다.
9. 새로운 창작은 언제나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 실력과 노력도 중요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하나의 결과물 뒤에 숨겨진 긴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나아가는 용기까지. 케데헌을 보며 즐거움을 넘어 존경심까지 들었다.
#케이팝데몬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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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4일 오후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