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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on on Notion
1.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데도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데도 하루라는 시간이 걸린다.
2. 시간이 인간이 창조해낸 개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든 아니든 인간 사회에서 어떤 일이든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며, 세상 많은 것들은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해 흩어지고 사라진다.
3. 그래서인지 언젠가 제프 베조스가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 "4년 동안 아무 성과 없이 당신을 갈아 넣었더라도, 5년째에 그것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힘, 그건 진짜입니다"를 좋아하는 편.
4. 물론 아무 성과 없이 갈아 넣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4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5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10년일 수도 있다. 그 시간이 얼마일 지는 계산할 수 없으나, 버티느냐 아니냐는 일정 부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5. 지금은 전 세계 1위 유튜버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압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미스트 비스트에게도 5년이라는 침묵의 시간이 있었다. 초기 그는 2년 동안 거의 매일 콘텐츠를 올렸지만, 구독자 1000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6. 다만, 그는 그 침묵의 시간 동안 자신의 콘텐츠가 뭐가 문제인지 분석하고,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실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흘려보낼 침묵의 시간을 도약의 시간으로 바꾼 것이다.
7. 지금이야 아마존이 범접할 수 없는 기업이 되었지만, 닷컴 버블이 붕괴될 당시 아마존의 기업 가치는 95% 폭락했다. 이 말은 본인 재산의 상당수가 아마존 주식이었던 제프 베조스의 자산이 -95%를 기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프 베조스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그 고통을 견뎌낸 사람인 셈.
8.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역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옷가게를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었지만,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아니, “우리 사장님이 망했어요” 식의 폐업 세일을 거의 매년 하며 버텼다.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일 수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재고를 정리해야 다음 1년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9. 그러면서도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물려받은 옷가게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고급 양복점은, 가격은 비싸나, 회전율이 낮고, 고객 응대를 계속해야 하고, 원단이나 디자인 측면에서도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지역 상권도 계속 몰락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격도 저렴하고, 응대하지 않아도 손님이 알아서 옷을 고르고, 회전율도 빠르고, 직접 소재도 개발하고 제작도 하는 매장을 도심에 선보였고, 그게 유니클로의 시작이었다.
10. 한편, 최근에 유튜브에서 콜라보를 해 화제가 된 나영석 PD와 김태호 PD는, 과거 방송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는 프로그램이 실패해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신입 PD에게 줬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11. 실제로 지금의 나영석 PD를 만든 출발점인 <1박 2일>도 한자 퀴즈쇼가 망하면서 부랴부랴 피봇한 프로그램이었고, <무한도전> 역시 초기에는 침묵의 시간이 있었다.
12. 그러면서 두 PD는, 지금은 후배들에게 6개월 동안 망해도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가 어렵다며 미안해했다. 콘텐츠가 넘쳐나고 경쟁이 치열한 유튜브 환경에서 반응이 없는데도 그런 시간을 주기가 쉽지 않고, 요즘 소비자들도 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말이다.
13. 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좋은 결과를 발견하면, 그걸 기준으로 역산을 해서 공식이나 비법을 찾는 일반화 혹은 단순화 과정을 거친다. 그때 마법처럼 활용할 수 있는 단어가 재능, 천재성 같은 것들이다. 이 단어들을 붙이면 대충 다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으니까.
14.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버텨낸 시간의 깊이를 헤아리는 마음일 수 있다. 무튼 9월이면, 사업을 시작한 지도 만으로 어느새 5년이 된다고 한다.
15. 열씸히 했지만, 결과로만 따지면 참 보잘것없다. 돈도 잘 못 벌었고, 무언가를 확실히 깨달은 것도 거의 없고, 그저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것만 깨닫는 시간이었다.
16. 근데 그 사실이 오히려 더 용기가 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돈도 잘 못 벌었지만, 5년의 시간을 버텼고, 딱히 대단한 서비스나 원칙을 만들어낸 것 없이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남았으니까. 그러니 뭔가를 좀 더 깨닫고,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고, 인간으로서도 한 단계 더 성장하면 다음 5년은, 그렇게 사업자로의 10년째 되는 해는 조금은 더 근사해질 수 있지 않을까?
17.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때도 여전히 초라하다면, 10년 더 해서 좀 더 근사해지면 되는 거 아닌가? 무튼 나 화이팅 😉
#오늘의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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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7일 오전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