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파악의 실채》

건축가들이 쾌적한 환경을 창조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생활의 다른 영역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나쁜 건축이란 결국 설계의 실패인 동시에 심리 파악의 실채이기도 하다. 건축에서는 이런 경향이 물질로 표현되지만, 다른 영역으로 가면 엉뚱한 사람과 결혼을 한다거나, 어울리지 않는 일자리를 고른다거나, 재미없는 휴가 예약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경향이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에 만족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건축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설명해줄 것을 찾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진부한 목표물에 눈길을 고정한다. 우리는 슬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상황에서 화를 낸다. 적당한 위생시설과 가로등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된 거리를 그냥 부수고 만다. 우리는 만족의 근원을 이해하려고 헛된 노력을 하다가, 슬픔으로부터 그릇된 교훈을 배운다.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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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4일 오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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