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lks; 내 문제를 보편의 문제로 확장하는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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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인터뷰 콘텐츠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 나와 다른 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허락 받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 같거든요. 북저널리즘에서 진행한 185번째 인터뷰는 <우주인 조안>의 김효인 작가, 이윤정 감독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먼저 공개하고, 한달 뒤 MBC 공중파에서 방영하면서 생기는 관람객 반응의 차이입니다. 점점 더 많은 콘텐츠가 OTT에서 먼저 공개되고,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창작자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인터뷰입니다. 결론은 계속 재보는 것입니다. "다른 작품과 내가 쓰는 작품 사이의 거리를 재봐야 한다."는 이윤정 감독의 답변에는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다음에도 유효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 없는 관심과 주의'가 담겨 있습니다. [ 뉴스 요약 ✏️ ] Q. 《우주인, 조안》은 어떤 내용인가? 김 - 미세 먼지에 뒤덮여 5억 원짜리 청정복을 입지 않고서는 조금도 밖을 다닐 수 없는 세상이 배경이다. 청정복을 입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평균 수명 100살인 C(Clean)와 평균 수명 30살인 N(No Clean)으로 양분된다. 그 사회에서 만난 28살 두 주인공, 이오와 조안의 이야기다. Q.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 - 지난해 봄에 썼다. ‘미세 먼지가 나랑 평생 같이 가겠구나’ 그런 공포감이 들었는데 이걸 콘셉트로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세 먼지가 심해지면서 가시거리는 좁아졌다. 그걸 불안한 상황에 빗대서 생각해 봤다. 집, 취업···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뿌연 미세 먼지 속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수명이 100살과 30살로 나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로 풀어냈다. Q. ‘현실적인 SF라 와닿았다’는 평이 많다. 이 - SF 장르의 가치는 현재의 문제점을 간명하게, 현실보다 단순하게 보여 주는 데 있다. 문제를 정확히 찌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원작 자체가 그런 장점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삶과 죽음, 수명 같은 이슈는 현 시대만의 것이 아니고 인류 보편의 문제다. 개인적으로도 인간의 보편을 다루는 게 굉장히 좋았다. Q. SF 장르는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더라. 이 -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어서 그럴 수 있다. SF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장르다.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작품은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했는지, 내가 던지고 싶은 화두가 대중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주제인지 먼저 자문해야 한다. 창작자가 하고 싶은 SF와 관객이 생각하는 SF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 Q. 영화에서는 이오를 여성으로 설정했다. 이 - 〈우주인 조안〉은 OTT 플랫폼인 웨이브에서 먼저 공개하고 한 달 뒤 MBC에서 방송하는 형태였다. OTT에서와 지상파 방송에서의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MBC에 방영됐을 땐 모든 얘기가 동성애로 빨려 들어가더라. 웨이브에 공개했을 때는 없던 현상이다. 그 점이 너무 흥미로웠다. TV에 공개되면 포털에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볼 수 있지 않나. 시작하고 30분 지나면서부터 “엄마랑 같이 보는데 이건 뭐죠”, “이런 거였으면 미리 알려 줬어야죠”라는 반응과 “그렇게 보시는 분이 잘못 이해한 거다”라는 반응까지, 막 용광로가 됐다. 남녀 간의 사랑을 예고하지 않았다고 화내는 사람은 없지 않나. 돈 내고 구독하는 웨이브는 작품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걸 보면 되는데, 지상파 방송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Q. 플랫폼에 따라 반응이 그 정도로 달랐다면, 제작 과정에서도 고려할 요소가 아닐까? 이 - 처음에 내 소개를 하면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직업인 영화감독이라고 하지 않았나. 코로나19 이전부터 OTT 범람 등의 이유로 〈나를 잊지 말아요〉가 스크린에 거는 마지막 영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영화’는 스크린 개봉을 목표로 하는 작품을 말한다. OTT에 먼저 공개하고 공중파에 방송한 이번 작품은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과 만났다. 전통적인 영화감독 입장에서는 너무 새로운 일이다. 그동안 스크린 개봉 영화를 만들려고 연마한 스킬과는 다른 문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Q.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노하우는? 다른 작품과 내가 지금 쓰는 작품 사이의 거리를 재봐야 한다. 이미 나와 있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걸 만들어도 안 되고, 너무 다른 걸 만들어도 안 되니까. 참고로 삼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시기와 내가 작품을 구상하는 시기, 또 내놓을 시기가 전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 작품이 가진 데이터가 현재도, 미래에도 유효한가? 같은 장르, 같은 형식,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가진 작품을 참고하면서 계속 거리를 재보는 것이다.
2020년 12월 20일 오전 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