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맞이 과격한(?) 상상: 음악 장르의 종말! - 20세기는 장르의 시대였다. 왜냐하면 새로운 악기가 계속 등장하고, 그 악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리듬이 등장했으니까. 게다가 이 장르로 음악을 구분하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니까. - 그러나 21세기, 2020년 무렵에는 음악을 구분할 때 장르가 아니라 '분위기'가 더 효율적이다. 왜? 일단 새로운 악기가 등장하닌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더이상 새로운 악기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 혹은 등장하더라도 리듬과 멜로디가 통합되거나(=hang 같은), 가상악기의 형태(=이펙터, 소스)로 등장한다. 더불어서 악기연주든 컴퓨팅이든 생산의 허들이 낮아지면서 음악 자체가 '너무너무너무' 많아졌다. - 그럼에도 사실상 '새로운' 음악이 등장할 가능성은 앞의 이유로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케이드 파이어 이후, 21세기의 대중음악의 역사는 한 마디로 '하이브리드', 기존의 것을 여럿 뒤섞어서 새로운 소리'처럼' 들리게 만든 게 대부분이었다. 미국/영국 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 - 분위기(무드)가 음악(유통)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현상은 '플레이리스트'의 유행이다. - 장르가 중요할 땐 '계보'가 필요했다. 그걸 정리하는 건 아티스트/제작자가 아니라 음악 미디어와 평론가의 일이었다. '대중음악 저널리즘'이 영화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의 핵심은 편집이고, 편집은 전적으로 감독과 연출자의 '의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시간'(=러닝타임)을 지배하는 존재로서 작가가 중요하다. 상업영화에서조차 그렇다. 무엇보다 영화에는 싱글이란 개념이 없다. - 음악에서는 결국 하나의 트랙=싱글이 중요하다. 앨범조차 여러 개의 싱글이 결합된 구조다. 앨범이 '일관된 주제가 반영된 결과물'로 여겨진 건 비틀스 이후, 60년대 후반 이후의 얘기다. 특히 모든 음악가들이 앨범을 중요하게 여긴 것도 아니다. 심지어 '작품으로서의 앨범'에도 결국 하나의 히트 싱글이 필요하다. 길어야 6분, 매우 길어야 10분, 보통 4-5분 이내의 싱글에서 '연출자'의 존재를 규명하는 건 의외로 큰 의미가 없다. 게다가 음악은 공동작업인 경우가 많으므로 작곡/작사/편곡/연주/레코딩/프로듀싱에 있어서 지분을 찾는 건 몇 개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 이런 이유로, 21세기의 음악에서 '무드'가 중요해질 때 비중이 커지는 건 새삼 '큐레이터'다. 계보의 역할은 사라지고(계보가 사라지는 건 아니고), 음악에 대한 소비 행태와 중요도를 측정하는 관점은 바뀐다. - 장르가 사라진다/의미없어진다는 얘기가 음악이 형편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음악의 종말도 아니고,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음악을 구분하는 기준이나 관점이 바뀐 것 뿐이다. 게다가 애초에 소비자들이 장르를 따져서 음악을 소비하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대체로, 아주 오랫동안, 아티스트의 이름이 장르를 대신했다.

2021년 1월 7일 오전 5:35

댓글 2

  • 스포티파이를 거대한 큐레이터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까요?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네요. 말씀대로 스포티파이가 그 자체로 '거대한' 큐레이터 역할을 맡고 있죠. 동시에 음악산업의 여러 노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그 자체이기도 하고요. 플랫폼 효과는 여기서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음악 큐레이션은 오히려 방법론일 뿐, 서비스의 목적은 아니라고 봐요. 스포티파이는 누구와 무엇을 연결할까?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로부터 다양한 케이스스터디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응원합니다.

주간 인기 TOP 10

지난주 커리어리에서 인기 있던 게시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