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정라거의 시대, 테라] "오늘은 '테슬라'로 하시죠." 당시 내가 이 말을 들었던 곳은 테슬라 전시장이 아닌 신사동 어느 한 식당이었다. 우리 부서의 팀원분이 너무 자연스럽게 '테슬라'를 술집에서 언급해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얘기냐고 물었더니 과거 오비맥주 '카스'와 롯데주류 '처음처럼'을 합친 '카스처럼'과 같은 소맥의 대세 조합이라고 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녹색을 띤 맥주병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전통적인 브랜디드 하우스 전략을 고수해왔다. 유니레버(2004), P&G(2011) 그리고 코카콜라(2015)가 하나의 빅 브랜드에 집중 투자하여 빅 브랜드의 후광효과를 활용하여 카테고리를 확장하였다. 물론 빅 브랜드가 주는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가 효과적이었기에 그런 전략을 택하였다. 테라의 경우, '하이트'의 후광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되려 취약한 브랜드이미지를 보유한 빅 브랜드는 신규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어 'one of them' 브랜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어디서 이런 용기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테라는 출시 당시부터 제품 라벨과 프로모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철저히 빅브랜드 '하이트'를 배제했다. 대신 브랜드명 'TERRA'를 강조하고 'AUSTRALIAN GOLDEN TRIANGLE MALT'와 'MADE FROM PURE AGT MALT'라는 영문 표현을 눈에 띄도록 배치하여 마치 수입 맥주처럼 이국적인 감성을 불어넣었다. 브랜드의 모델 공유가 출연하는 영상 광고는 물론 키비주얼에서도 '하이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지금은 청정라거의 시대, 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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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6일 오후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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