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존재위기에 처한 광고대행사들
가장 권위있는 해외 광고업계 매체 중 하나인 컨테이저스誌에서 올해 가장 인기있었던 기사 8선을 골라 발표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애플 부사장 닉로(Nick Law)의 심층인터뷰 기사. 컨테이저스도 직접 "올해 광고업계에서 가장 유의미한 인터뷰로 여러 번 꼽힌 기사이다. 우리도 굳이 반박하진 않겠다" 라고 소개한 만큼, 한 번 읽어볼 의미가 있다.
R/GA에서 17년간 근무하며 작은 부띠끄 에이전시의 세계적 성공을 이끈 그가 R/GA 를 떠나 퍼블리시스그룹 CCO로 이직했을 때 전 업계가 놀랐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애플로 옮긴다는 선언을 했을 때 업계는 거의 발칵 뒤집혔었다. 그가 생각하는 에이전시 사업의, 광고와 마케팅의 미래는 무엇일까?
몇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를 추려 보자면:
- 카피와 아트로 구성되는 광고에이전시 제작팀의 '기본구조' 자체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구조는 TVC와 인쇄 시대에 최적화된 구조였기 때문이다.
- 처음 TV가 발명되었을 때, 제작사들은 그저 카메라를 정중앙에 놓고 움직이지 않은 채로 촬영을 했었다. 비디오 촬영이라는 신기술은 이미 발명되었지만, 그저 극장식 '고정 시점'에만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이 아직 영상촬영에 최적화된 문법을 터득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며 카메라 동선이라던가, 영상편집기술 등 비디오영상에 최적화된 문법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 기존 광고대행사들은 이 문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다시피 했었다. 수십년 간 광고업계가 마치 길드와도 같았던 가장 큰 이유는 촬영장비와 편집기기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현재, 인스타 스토리의 문법은 광고회사들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십대 사용자들이 개발하고 있다.
- 초창기 TV가 발명되었을 때, 광고대행사들은 모두 기존 제작팀 이외에 ''TV팀 (전파팀)" 이라는 팀을 따로 두고, 대부분 그 팀에 가장 후진 인력들이 배치되고 가장 후진 광고를 만들었었다. 왠지 지금 우리 대행사들의 "디지털팀" 내지는 "프로그래매틱 / 디지털 매체팀" 얘기와 흡사하지 않은가.
- 현재 대부분 에이전시들은 '빅 아이디어'를 팔고 그에 필요한 기능들은 프로그래밍 에이전시 등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성, 단기적 접근은 반짝 몇 가지 상을 탈지는 모르지만, 실제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크리에이티브를 지속적, 장기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에이전시들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기능(capabilities)'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조직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 광고대행사들이 이렇게 스스로 새로운 업력을 구조적으로 길러내지 못한다면, 얼마 못 가 모두 문을 닫고 말 것이며, 그 자리에는 새로운 구조를 실험하고 탄탄히 세운 새로운 회사들이 들어설 것이다. 대부분 광고인들을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이 산업의 '필수요소' 라고 생각해 별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형태로의 광고는 전혀 새시대의 필수요소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조직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Well, if it doesn’t happen soon in our industry, we’re fucked. It's as simple as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