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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인데도 퀀트가 될 수 있나요?' 퀀트 직무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항상 일관적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퀀트를 다루는 대학교 전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번 생각을 해봅시다. 퀀트 직무를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공부해야할까요? 경제학, 경영학, 수학, 통계학, 심리학, 사회학, 물리학, 생태학, 컴퓨터 공학, 철학 등 정말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일한 전공이 대학교에 있을까요? 답은 안봐도 비디오겠지요? 금융공학 석사라고 해도 결국 석사 2년 과정 동안 배우는 지식의 범위에는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있습니다. 결론은 퀀트 직무랑 어떤 전공인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결국 스스로 알아서 내 지식의 풀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관점을 조금만 바꿔서 '왜 이런 질문을 할까?'를 한 번 생각해봅시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그 기저에는 어떠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까요? 개인적인 착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러한 질문의 기저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대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면 그걸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 2) 전공, 즉 어떠한 외부 요인에 의존해서 누가 떠먹여주기를 바라는 생각. 3) 나의 외부 환경이 이러니 만약의 실패에 대비해 자기합리화를 위한 심리적 도피처를 만들어두려는 생각. 만에 하나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퀀트 커리어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후배들에게 누누이 강조합니다. 퀀트는 우선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로 일상적인 업무조차 유지할 수 없는 직무입니다. 새로운 전략이나 아이디어, 선배가 알려줄까요? 누가 이거 해보라고 제안해줄까요? 새로운 책이나 논문이 나왔다고 어디서 알려줄까요? 자기가 부족한 부분이 시간 지나면 알아서 채워질까요?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입시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 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주도적인 무언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퀀트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사실 퀀트 직무 뿐만이 아니라 금융권 프론트 오피스 포지션 대부분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끊임없이 발전할 생각이 없는 친구를 만나면 저는 무조건 말립니다. 다른 길을 찾아보는게 본인 인생에 더 좋은 선택일 것 같다고.
2021년 6월 15일 오후 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