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빈곤 순환에 관하여 - 한스애빙을 중심으로 "어쨌든 밥은 먹고 다녀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문화예술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문화예술연구소 기관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최종합격은 못하였다. 당시 나의 답변이 득이 되었을 지,(그렇다면 떨어지지 않았겠지.) 실이 되었을 지는 몰라도 내 사고관은 변함 없다. 지금의 제도들은 예술(공연)을 유물적 문화재로 만드는 것 같다. 어쨌든 공연도 시장이다. 소비와 공급 곡선에 따라 이익을 챙겨야 생존이 가능한 시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연을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 문화, 그 자체로 바라본다. 영감과 신성 그것이 공연이 전달하는 감흥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반응'만으로 생존이 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응' 그 이후 '액션'이 생존의 영향을 미친다. 현 지원제도는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하지만 이를 연속적 소비 액션까지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신나는 예술여행과 같은 지원사업은 기관 대 기업은 물론 서로 예산을 주고 받겠지만, 관객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내가 굳이 시장에서 소비자가 되지 않아도 접근이 가능한 창구가 많다. ... 궁극적으로 내가 느끼기에는 공연을 일회성 체험으로 끌어가는 것 같다. 수학여행에서 경주에서 불국사 한 번 가보고 능동적으로 두 번 찾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물론 접근 문턱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관객을 찾아가는 것은 좋지만 특히 비주류 예술 관극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비영리적 이미지 삽입과 진행이 장기적인 시장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체험적 예술은 계속해서 예산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시장의 독립적 진행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나 그거 한번 봤어." 그리고 끝이다. 재순환이 이루어지는 지 확인과 고려가 더욱 필요할 것 같다. - 내가 시장주의인가? 맞다. 신성하고 고귀한 예술에 자본적 개념을 들이대는 것이 껄끄럽지만 나는 그렇다. 누군가에게 예술은 문화다, 그것이 좁은 의미든 넓은 의미든 향유 문화자체다. 하지만 예술인에게 예술은 생계다. 짧은 가방끈으로 내 가치관을 정의하자면 이상적이기는 하나 낭만주의는 아니다. 시대의 감성마저 시장에 걸려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거대한 예술 사조는 시대를 관통하여 이어져도 인간은 한 세기 이상 살지 못하지 않나. 좀 정없어 보여도 그들의 생계를 증진시키는 게 그래도 인도주의적이지 않겠는가. - "ETHOS의 개념" '예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특수가치가 대부분의 예술인들의 빈곤을 재생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술의 특수가치는 분명히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 맞다. 나도 그 뽕으로 일하니까. 또 그 '뽕'이 꾸준히 성장하는 공급의 원활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한스애빙 이론에 내가 손발을 동동 가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저 위에 언급한 '특수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재고를 말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다. 예술, 영엄한 가치는 낭만주의 시대 그 이전부터 자리잡은 예술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이 특수가치를 생애로 삼아 작품을 전개하는 '예술가' 역시 다른 산업군의 직업들과 비교하였을 때 초현실의 자아실현적인 신성한 존재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분명 있다. 한스 애빙은 이 사회적 인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상업성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사회상이 문제라고 일컫는다. 즉, 예술가가 예술활동을 하며 금전적 이익보다 심리적인 보상을 원동력으로 삼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암묵적으로 '예술가의 특수가치, 예술의 영엄함, 신성함! 너희는 그게 중요하지? 옛다 너의 댓가', 라고 쥐어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위 문단이 바로 한스애빙의 주요 개념 '에토스(ethos)이다. - "예술의 에토스, 그것이 예술인이 생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신화인가." 1) 소비와 공급의 불균형 - 사실 분명히 시장도 활성화되고, 소비도 점진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 한정 소비와 공급 과잉은 수치적으로 평균 소득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 소비 증대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신진예술인이 빈곤을 재생한다. - 즉 공급이 과잉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 승자독식현상(winner-takes-all phenomenon) - 소수의 예술가가 큰 부분의 수익을 독식한다. - 수익뿐만아니라 대중들의 인식적 부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 '승자에 대한 환상'이 신진예술인의 과잉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3) 예술가들의 무소득 위험 감수 - 소위 버티면 빛을 본다, 식의 인식 평균화 - 위험 감수 성향의 증대 4) 정부지원 / 비영리기관의 착취 - 정부의 지원 또한 예술가의 빈곤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 - 예술인들에 대한 보호 인식 확장이 위험체감을 낮춰 신진예술인들의 과잉 증대에 영향. - 공연/전시의 기회를 얻는 댓가로 노동력을 제공 - 비정상적 관행의 고정화, 이것이 3번의 증대까지 이어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숙제는" 낮은 수입에도 열심히 예술활동을 하려는 성향이 예술가들의 대한 착취로 이어진다. 1) 사고방식 전환의 필요 2) 수익구조를 깨는 이들을 비판하는 사회적 여론 3) 착취적 비영리기관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 형성 만일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예술가의 '신화'는 계속해서 생산될 것이고 이는 곧 예술가들의 빈곤 재생으로 다시 이어질 것이다. - 2014년 서울문화재단 국제 심포지엄 한스애빙曰 - 사회적 인식 전환이 답인가. 사실 모든 사회적 문제에 인식 전환이 답이 아닌 경우는 없다. 가장 명확하지만, 가장 불투명한 과정이다. 무대에 또는 전시회에 작품을 거는 이들만 예술가는 아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예술 시장에 발담두고 있는 인력은 어떻게 볼 것인가? 사대보험의 보장을 받지만 전체적인 수익 저하 구조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며 최저임금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백스테이지'인력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 그들에게도 비교 산업군에 비하여 에토스가 존재 가치이자 불균형의 영향으로 작용되는 것은 마찬가지 일터 그들에게 따로 시장이 형성된 것이 아니다. 시장을 공유하며 같은 고질을 안고 있는 현시대의 노동력 제공자들에 한하여 예술가의 정의 또한 다시금 개념 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스애빙의 이론은 에토스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손발을 동동 굴렀지만, 1) 예술(공연/전시 시장) 시장 내에서도 주류/비주류 분야가 극명히 갈린다는 점 - 작품 한번 못걸어보는 작가들이 많은데 DDP는 아주 북적북적하지 않은가. 2) 이를 위한 복지제도는 조금 더 첨예하게 대상 지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 3) 결과평등적인 논점이 아니니 이부분은 확실히 걸고 넘어가고. 추가 논점으로 대중가요 공연 시장과 비주류 장르 공연시장의 수익구조가 양극적인 것도 한스애빙의 이론으로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개인적인 내 생각을 더하자면 '시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체 시장을 지닌 산업만이 살아남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이루는 요소 중 소비가 없다. 공급은 많다. 비주류 장르를 비롯한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힘들게 올리는 공연들말이다. 비주류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 (이날치밴드는 잘 나가는데) 아무튼 이 이야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고, 소비자가 없는 그 이유가 작품의 품질이든 무엇이든 주체가 인격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장주의와 복지제도가 늘 부딪혀야 하지 않겠는가. 평행적인 경쟁이 불가능할 때 인위적인 제도의 필요성이 재고된다. 2004년 예술인 복지법이 재정된 이후 2020년 예술인고용보험제도 통과되었다. 프리랜서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안전장치가 건설되고 있다. 예술인고용보험제도는 말하자면 사업주를 통하여 보험에 가입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서면계약서가 필요하고, 근로계약 형태가 명확해야 하며, 사업주가 존재해야하고, 실직 직전 2년 내 9개월 이상 고용보험료가 납부되어야 한다. (프리랜서의 개념이 정확히 이해된 게 맞는 지 궁금한 이유다. 사대보험 꼬박 꼬박 낸 나도 못받고 있다.) ---------------------------------------------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가? 잊혀지고 있는 것들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려 숨통을 트이게 하고 싶다. 사람이든, 문화든.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직업관에 있어서 단 한 번도 변함없던 가치관이다. 실현이 참 쉽지 않고, 인생도 쉽지 않고, 참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