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UI/UX 트렌드를 따라가기 바빠진 요즘. 더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 법칙은 없을까 해서 구매한 책, 뉴욕 지하철 노선도로 유명해진 마시모 비넬리의 <비넬리의 디자인 원칙>을 꺼내 들었다. ⠀ 그를 유명하게 해 준 지하철 노선도. 최소한의 색상으로 수백 개의 역을 구분했으며, 실제 역 사이의 거리에 비례하지 않고 모든 역 사이의 거리를 통일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지면을 활용했다. 노선에 쓰인 색상은 서로 명확히 구분되어 강렬한 이미지를 남겨주며,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서울시의 지하철 노선도는 그가 40년도 전에 내놓은 디자인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 그는 시스템을 좋아했으며, 우연적인 것을 싫어했다. 원칙 없이는 어떤 스타일도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다고 믿었다. 그가 생각한 원칙은 디자이너 스스로가 지켜야 할 지침이며, 원래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도구였다. 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가 정한 디자인 원칙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했고, 이 노선도에는 그의 7가지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다. ⠀ 디자인 결과는 하나이지만 그것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하나이다. (design is one) 디자인에는 항상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semtantically correct) 전체와 부분 간에 일관된 문법이 있어야 한다.(syntactically consistent)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pragmatically under-standable) 시각적으로 강력해야 한다. (visually powerful) 지적으로 고상해야 한다. (intellctually elegant) 시대를 초월해야 한다. (timeless) ⠀ 그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서로 정확히 의미를 이어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별 의미 없이 줄을 긋는다던가 요란한 색으로 페이지를 뒤덮는 것은, 의도적이었다면 일종의 범죄라고 여겼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사용하면 됐지, 무슨 의미를 찾는단 말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디자인의 의미를 강조하고자 했던 그의 관점은 오늘날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금은 비넬리가 활동하던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디자인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복제되는 시대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200만 개의 앱의, 애플이 말한 대로 모든 기분 좋은 경험을 준다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있는가. 심지어는 인디 게임 개발자 2명이 자동으로 이미지와 효과음만 바뀐 게임을 양산형으로 자동 복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4년 동안 1500개의 게임을 찍어내고 그로 인해 16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던 유명한 사례도 있었다. '의미 없는 디자인'이 넘쳐나는 시대에 '의미'를 찾는 것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 사람들은 추위와 더위를 피해 옷을 사는 것이 아니며, 집을 더 따뜻하게 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로 하는 소비의 시대는 끝났고 스스로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물건과 제품을 소비한다. 결국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은 '의미'의 발신처와 수신처가 정확할 때다.

지하철 노선도를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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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선도를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철학

2021년 7월 8일 오후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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