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래요. (눈이 나빠진게) 제겐 플러스가 됐어요.”
"저는 영화 보는 즐거움은 포기를 못하겠더라고요(웃음).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넷플릭스 담당자를 만났어요. 마침 ‘봄밤’이 넷플릭스에서 만든 드라마였어요. ‘스마트폰도 책도 문서도 다 전자음이 읽어주는데 영화는 안되느냐?’ 물었더니 미국 본사에 문의를 해보겠대요.”
"넷플릭스는 이미 그런 고민을 했고 설정에 보이스오버 기능을 넣어뒀는데, 한국만 그걸 몰랐답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는 거죠. 결론은, 저는 지금 영화보는 즐거움을 계속 누리고 있어요(웃음).”
“(미소지으며)낚시대가 여러 개면 잉어도 잡고 피래미도 잡아요. 유연하게 여러 역할 하며 보면 필요한 순간에 멀티도 되고 융합도 돼요. 평창올림픽 공연 무대도 그렇게 나왔어요. 낚싯대가 한 개면 부러지면 끝이지만, 여러 개면 ‘이거 안되면 저거’라는 여유가 있어요. 공연 안되면 영상하지, 안 보이면 들으면 돼지… 베짱이 있어야 대안도 나와요.”
“그러려면 처음부터 욕심 내면 안돼요. 재미를 우선해야 노하우가 생겨요. ‘난타’도 그랬어요. 넌버벌이 대단한 트렌드라 그걸 선점한 게 아니에요. 연극이 너무 재미있는데 돈이 안됐어요. 따져보니 시장이 작아서예요. 시장을 넓히고 세계와 소통하려면 언어의 벽부터 없애야 했어요. 거기서 직관적인 몸짓에 사물놀이의 흥을 비빈 아크로바틱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하는 일의 순서가 그래요. 재미있는 걸 계속하면, 돈 버는 방법도 자연스레 풀려요. 물흐르듯이요.”
“살아보니 사람의 행복은 스케일에 있지 않아요. 언젠가 지방공연 갔다가 조기 축구회 분들이 회식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날 경기에서 이겼는지, 총무가 바람을 잡고 철물점 주인인 회장님이 통크게 양주를 낸 거예요. 다들 신이 나서 식당이 떠나갈 정도로 환호성이 터졌어요. 그걸 보고 생각했어요. 저 회장님이 대한축구회 회장님보다 행복하겠다(웃음). 행복은 스케일의 문제가 아니에요. 얼마나 박수 받느냐도 아니죠.”
“(행복은) 자족이죠. 내가 얼마나 그 상황에 가치와 만족을 느끼느냐. 젊은 때는 힘이 있어 큰 시장에 욕심을 냈고 이뤄냈어요. 다행히 지금은 작은 무대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만족을 느껴요.”
“(방시혁이나 봉준호 같은) 그런 기회가 또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죠. 오면 좋지만 안 온다고 섭섭하지도 않아요. 얼마 전에 윤여정 씨를 만났는데, 그 분이 그래요. “내가 상 탈 줄 알고 ‘미나리’를 했겠어? 미국에서 찍으니 미국에 있는 아들 좀 자주 보겠다고 한 거잖아.” 생각도 안했고 욕심도 없었는데, 결과는 아카데미였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사람 일은 몰라요. 저는 제 일을 할 뿐이고, 기회는 어디선가 출렁이고 있지요(웃음).”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어쨌든’이었어요.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해보자. 어렵겠지만 ‘어쨌든’ 가보자. 극장문은 닫았고, 저장된 곶감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악을 상상해서 미리 겁먹지 않아요. ‘어쨌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올 테고, 기왕이면 잘 될 거라고 믿고 가야죠.”
시력을 잃어도, 난타가 망해도 송승환은 웃는다. 자신의 불운을 인생 후반전에 만난 깜짝 기회 혹은 후천적 재능처럼 활용하는 담대한 제작자. 돈보다 재미를 추구하고, 여러 개의 낚시대를 드리우고 사는 현자. 고난을 만날때마다 다시 꺼내볼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