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뭘까? 기본적으로는 일을 잘해야 한다. 업무에 전문성이 있어야 리더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리더’라고 할 수 없다. 리더는 팀원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원 관리가 필요하다. 정확한 목표를 주고 달성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업무든 사람이든 ‘진정성’을 갖고 대해야 한다. ‘일 잘하고 팀원 관리 잘해서 성과를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웬 진정성?’이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그 이유와 함께 리더가 진정성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진정성’의 사전적 정의는 ‘진실하고 참된 성질’이다. 이를 비즈니스 업무 상황으로 풀면, 리더가 팀원과 일을 대할 때는 진실된 마음으로 참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도덕 교과서 같은 얘기를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공급자가 왕인 시절이 있었다. 기업이 물건을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몰려들었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더라도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끝났다. 어떤 기업이 새로운 걸 만들면 금방 비슷한 것이 나온다. 문제가 있을 때는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퍼뜨릴 수 있다. 소비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이다.
기업 내 관계도 마찬가지로 변했다. 예전엔 그냥 ‘조용히’ 일했다. 상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잘못된 조직 문화가 눈에 거슬려도 넘어갔다. 구성원은 힘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양한 분출구가 있다. 익명 앱을 통해 회사 내부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으로 집단행동이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응이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기업에 기대하는 게 ‘진정성 있는 사과’다. 기자들 앞에서 고개 한 번 숙이는 형식적인 사과에 사람들은 이제 반응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개선책은 무엇인지,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해야 상황이 해결된다.
조직 관리도 마찬가지다. 이제 구성원들은 조직의 문제 해결에 리더가 얼마나 진정성있게 다가서느냐를 본다. 그 대안이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면 만족하기도 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움직이는 게 요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게 ‘요즘 리더’에게 필요한 진정성이다.
그럼, 리더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어떤 행동이 필요할까? 핵심은 ‘의도적’ 솔직함이다. 이는 업무와 관계, 두 가지 측면에 모두 필요하다.
1️⃣ 업무에서의 솔직함
팀원이 리더에게 성과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나에게는 어려운 과제도 리더는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완벽함을 바라진 않는다. 리더 역시 틀릴 수도 있고, 당연히 실수도 한다. 중요한 건 그때의 대응이다.
남을 탓하는 리더를 따르고 싶은 팀원은 없다. 본인의 잘못인데 아니라고 우기는 리더를 존중할 팀원 역시 없다.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의도적’ 솔직함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틀린 건 틀렸다고 솔직히 말하는 리더에게 구성원은 ‘진정성’을 느낀다.
2️⃣ 관계에서의 솔직함
팀원이 며칠 야근하며 기획서를 올렸지만 내용이 영 아닌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때 ‘솔직’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A 리더와 고생했으니까 일단은 잘했다고 ‘칭찬’하는 B 리더 중 누구에게 진정성을 느낄까? 당연히 A다.
당장은 서운할 수 있겠지만,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조직에서는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솔직하게 말하려면 용기를 내야한다. 하지만 ‘비난’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좋은 의도’를 담고 있다면, 오히려 팀원들은 리더의 솔직한 피드백에 진정성을 느낀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왜 현실 세계 리더에게서는 이런 ‘진정성’을 보기 어려울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없어서다. 진정성을 발휘하는데 무슨 시간이 필요하냐고?
두 그룹에게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겠습니까?’, ‘신설된 규정을 잘 지키겠습니까?’ 등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했다. A 그룹엔 11초 이내에 답하라고 했고, B 그룹엔 11초 이상 생각하고 답하도록 했다. 결과는 빠른 응답을 지시한 A 그룹에서 ‘모범 행동’을 택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유가 뭘까? 시간에 쫓기면 주변 반응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이 상황을 빨리 넘겨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이 생기다 보니,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없는 모범적인 답변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드러내려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스피디한 처리? 좋다. 하지만 그것에만 집착하면 자신의 판단은 사라지고 주변의 기준만 남는다. 이런 환경에서 진실하고 참된 진정성은 살아남을 수 없다.
진정성은 더 이상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달라진 세상에 맞는 리더십을 위한 필수 요소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내가 일하고 있는 업무 현장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담아 행동하고 관계를 맺고 있는가? 바로 대답하지는 말자, 11초만 더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