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이다’, ‘센스 있다’는 말은 좋은 것을 보고 표현할 줄 알며, 그것들을 재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때 주로 사용한다. 이는 ‘좋은 취향을 지녔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좋은 취향이란 감각 경험에 의해 누적된 ‘그 사람만의 물리적/비물리적 선호(테이스트)가 있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취향은 자신의 테이스트를 전혀 모르고 느끼려고 하지도 않은 채 남의 취향을 자기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취향은 어떻게 발견하고 키우는가? 취향은 생각으로부터 시작하여 말·글·그림의 표현, 의·식·주·휴·미·락의 모든 것과 연결된다. 감각에 둔감해서는 취향을 발견할 수도, 우연히 발견한다 하더라도 잘 키울 수 없다.
취향 장착의 기본은 내 감각을 열고 집중하는 것이다. 오감을 모두 활용하지는 않더라도 각자 편안한 1-2 가지 감각에서 시작하면 된다. 예민하다는 것은 ‘섬세한 감각’의 다른 표현이다. 자기감각의 좋고 싫음을 느끼고 표현하고 쌓아가는 것이 취향을 키우는데 제일 중요하니 예민해짐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보통 여행의 이유로 ‘다른 경험, 환기, 영감, 휴식’ 등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감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감각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영감을 받기 어렵다. 그저 인스타그래머블한 인증샷만 남길 뿐...
일상의 감각 훈련은 분주함을 내려 놓고 5분이라도 잠시 앉아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 향이나 촉감 그리고 혀 끝에서 느껴지는 맛의 순간에 몰입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느낀 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람들과 각자의 느낌을 공유해도 좋다. 이 역시 감각의 확장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디자인이나 황홀한 자연, 맛있는 음식을 경험할 때 ‘이것은 멋지고 좋은 것이다’라고 주입시키는 대신,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사람들은 왜 좋다고 하는지 생각해 보는 연습은 감각을 키우고 자기 취향을 발견하는데 더없이 좋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를 지나 취향이 곧 자본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좋은 취향과 자기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을 갖는다. 미술시간에 샘플과 똑같이 그리지 못해 혼났던 기억이 있는가? 억눌려 있던 내 감각들에 자유를 주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나다워질 수 있다.
지금 잠시 크게 숨을 내쉬고 오감 중 무엇 하나에라도 집중해 보자. 정신없이 키보드를 치고 있는 순간도 괜찮다. 손가락의 느낌과 타닥탁탁거리는 소리가 귀에 온전히 들린다면 나만의 감각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