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면 리더도 달라져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변화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특히 요즘 리더들은 빠르게 변하는 구성원들과 쉽게 변하지 않는 윗사람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최근 개정판이 나온 <부하직원이 말하지 않는 31가지 진실>의 초판은 2008년에 나왔다. 때문에 작가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면서 조직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제목에 쓴 ‘부하직원’이란 단어조차 망설여졌어요. 과거에는 익숙한 말이었지만, 요즘은 ‘구성원’ ‘동료’란라는 인식이 더 강해졌으니까요.”
군대식 조직이 수평적 조직으로 바뀌면서 리더의 파워가 예전보다 약화됐다는게 박태현 작가의 설명이다. “야, 이거 해” 같은 상명하복식 문화가 수평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자연히 팀장급 리더가 조직 내에서 갖는 영향력도 달라졌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 ‘꼰대’로 낙인 찍히기 쉬운 분위기 속에서 위축되고 몸을 사리는 리더들이 늘고 있다.
일명 ‘꼰대 공포증’ 때문에 할말을 하지 않는 리더와, 윗사람과는 소통하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 주니어 구성원들 사이에 휴전선이라도 그어진 듯 상하 소통이 단절된 조직이 많이 목격된다. 박 작가는 “상하 간의 거리감은 100% 리더의 책임”이라며, 리더가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
· 자리로 부르기 보단 직원 자리에 직접 가서 보고 받는다.
· 직원과 일대일로 가까운 카페나 공원에서 대화를 나눈다.
· 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절대로 중간에 끊지 않는다.
· 직원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있을 땐 확인하기 보단 다시 한번 일러준다.
“가끔 ‘너무 바빠서 만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하시는 리더들이 있는데, 그럼 저는 ‘팀원들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요?’라고 반문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소통하는데 시간을 먼저 쓰고 남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셔야 합니다.”
박 작가가 추천하는 소통 방식은 one on one이다. 리더가 자신의 말을 전달하기엔 사람들은 한 데 모으는 방식이 편하겠지만, 그런 자리에선 구성원들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진짜 속마음을 들으려면 한 명씩 만나야 한다.
반면, 리더가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리더놀음’이다. 직원을 무시하고 리더의 지위를 남용하는 행동들이다. 직원 얘기를 건성으로 듣거나, 회의에 특별한 이유없이 항상 가장 늦게 도착하고, 직원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며, 습관적으로 왕년의 자기 자랑을 하는 등의 모습이 있다면 자신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박 작가는 “리더 스스로가 본인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중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리더가 먼저 구성원을 존중하면 그들도 리더를 존중할 것이고, 그래야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요즘 회사는 관리만 하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실무도 함께 하길 바란다. 사실 리더의 입장에서도 실무를 놓으면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되니 완전히 손을 떼는 건 좋지 않다. 리더 역할을 수행하며 실무에서 손을 떼지 않는 ‘플레잉 코치’가 오늘날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인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모든 상황이 그렇듯 균형 잡기다. 리더가 실무에서 손을 놓으면 일이 안 돌아가고, 실무자처럼 일하게 되면 직원 업무까지 떠맡아 일이 점점 많아진다. ‘권한위임의 덫’ 그리고 ‘솔선수범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리더의 일과 직원의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리더가 수행해야 하는 실무 업무는 3가지가 있다. 경계에 놓인 일, 부가가치가 낮은 일, 그리고 난도가 높은 일, 즉 직원들이 꺼리는 일에 리더가 나서면 “우리 팀장은 일을 안해” 또는 “우리 리더는 공을 가로채”란 소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경계에 놓인 일이란 네 일도 내 일도 아니면서 책임 공백이 생기는 일을 말한다. 연초에 업무 분장을 잘 해도 일은 계속 생기고 또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책임자가 없는 일이 생긴다. 리더는 조직 전체를 살피므로 그런 일들을 먼저 파악할 수 있고 이런 일을 맡기에 적합하다.
또, 주간 계획 작성이나 상위 조직과의 커뮤니케이션처럼 중요하지만 성과로 인정받기 어려운 업무도 리더가 하는 게 바람직한다. 마지막으로 난도가 높은 일은 내공이 있는 리더가 해결하는게 조직원들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리더들에게 쓴소리를 하긴 했지만, 박 작가는 리더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리더십보다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순간 번아웃되지 않으려면 평소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미리 마련해두는 게 좋다고 부연한다.
“왕관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어요. 리더는 필연적으로 그 무게를 견뎌야 하죠. 그러려면 평소 관리가 중요합니다. 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만들면 좋겠어요. 명상, 운동, 영화 또는 가족 여행이든 무엇이든 좋아요. 쉽게 할 수 있는 루틴이면 더 좋습니다. 무엇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지 생각해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