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교육 갔다와서 이상한 것 좀 하지 마세요.” 얼마 전 어떤 대기업 사원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요지는 팀장이 리더십 교육 좀 다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교육만 다녀오면 귀찮게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회의실에 팀원들 모아놓고 그동안 불만있던거 편하게 얘기하라고 경청하겠다고 하질 않나, 이상한 심리 테스트를 가져와서는 내일 아침까지 결과 제출하라고 하질 않나, 권한위임을 하겠다며 본인한테 보고하지 말고 일하라고 하지를 않나… 이런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꾸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껏 일주일 정도 하다가 팀원들 반응이 예상과 다르거나, 갑자기 업무량이 늘어나면 리더십 교육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눈 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해야지 리더십은 무슨…” “역시 한국 사람은 조져야 말을 듣지…” “요즘 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진짜…” 반대로 팀원 입장에서는 아주 잠깐이지만 변화에 대해 가졌던 기대가 다시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전혀 없어서 쓴웃음이 나온다. 1️⃣리더십 교육이 성행하는 이유 도대체 왜 기업들은 이런 리더십 교육을 의뢰하고 또 상사들은 리더십 교육을 좋아하는 걸까? 리더십에 대한 이런 접근은 리더십을 하나의 ‘Skill’로 여기는 생각 때문이다. 마치 축구 선수들이 패스, 슈팅같이 볼 다루는 방법을 코치에게 배우는 것처럼, 리더십 또한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전문가들에게 배우다보면 기량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육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과 교육을 받는 당사자들 모두 잠깐이나마 리더십에 정통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있고, 또 몇 가지 스킬만 갖추면 당장 리더십 수준이 바로 올라갈 것 같으니 이런 교육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하루 8시간씩 매일 얼굴 보던 사람이 갑자기 교육 몇 시간 들었다고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하면 팀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갑자기 팀장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생겨날까? 2️⃣리더십에 대한 오해와 환상 우리가 특정인에 대해 갖는 생각은 그동안 그 사람이 오랜 기간 보였던 태도와 감정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 똑같은 실수를 해도 평소 꼼꼼하던 사람이 그러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맨날 사고치던 사람이 그러면 짜증이 난다. 마찬가지다. 꼰대 상사가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경청을 하네 권한위임을 하네 떠들어봐야 팀원들이 그걸 믿지 않는 것은, 특정 시점의 작은 행동 하나는 그 동안 축적된 총합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리더십을 스킬로 생각하고 어설프게 시도해봐야 효과가 있을리가 만무하다. 교육 이후 일주일 정도 상사는 자기 만족의 시간을 갖는 것이고, 팀원은 난데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다. 리더십 교육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이든 새로 배운다는 것은 좋은 것이고, 본인의 팀 운영 스타일이나 직원들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충분히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리더십을 단지 몇 가지 ‘Skill’이라고 여기거나, 남들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면 나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어설픈 환상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3️⃣리더십의 목적과 핵심 기업 입장에서 리더십의 목적은 건강한 조직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실적을 향상시켜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조직을 만드려면 장기간에 걸쳐 직원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그들의 동기부여 및 열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이는 단순한 몇 가지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동과 생각, 정서가 수반되어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각과 정서, 그리고 꾸준한 행동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 성격이다. 그러나 리더십은 성격과는 다르다. 리더십에는 목적과 방향성이 있지만, 개인의 성격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특징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십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상사가 목적을 갖고 표출하는 성격이라고 정의하는게 더 적합할 것 같다. 즉,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상사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사고와 태도, 그리고 정서의 총합이 리더십인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성격을 갖추고 그것을 조직의 목표와 비전에 맞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리더십이 배워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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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 배워지는 거라고?

2021년 10월 24일 오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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