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라는 기기는 죽었지만, 방송사의 콘텐츠는 죽지 않았습니다. 삼성 TV는 보지 않더라도, MBC의 ⟪놀면 뭐하니⟫와 SBS의 ⟪런닝맨⟫을 보고 있습니다. 스토브리그와 괴물은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합니다. 방송사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달리 말하면 방송사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IP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이 권력도 크리에이터와 신생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김태호, 나영석 등 유명 PD들은 외주 제작사를 차리며 독립하여 방송사 이외 OTT와도 자유롭게 일하고자 합니다. 더는 크리에이터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IP도 방송사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넘어갑니다. 사람들이 방송사 극본 공모전이 아니라 카카오페이지에 소설 작가로 등단하고, 문피아에 글을 씁니다. 훌륭한 입봉 통로로서 방송사가 권위가 무너졌습니다.
흔히들 디지털을 작고 똘똘한 콘텐츠도 성공 가능한 시장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1인 유튜버와 연예인 채널을 제외하면, 더는 작은 콘텐츠만으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치킨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쓸고퀄이라 불릴 정도로 콘텐츠의 수준이 높아진 지금에는 다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준비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준비해야 합니다. 크리에이터보다 크리에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판을 그리는 비즈니스 화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