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의 비밀
Hani
<한 번 접하면 좀처럼 잊을 수 없는 첫 문장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 고등학교 때 한창 이 문장에 꽂혀 비누 냄새가 나는 선배들을 마음 속으로 흠모했다는... 슬프고도 가슴시린 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텍스트 콘텐츠의 첫 문장은 중요하다는 게 본론입니다. 첫 문장, 제목의 중요성은 문학 작품에 해당하는 얘기만이 아닙니다. 콘텐츠를 다루는 모든 마케터의 고민이죠. 뉴스레터나 매거진을 발행하는 곳이라면, 광고 문구 하나에 고객의 시선이 왔다갔다 한다면 우리 마케터도 반은 작가나 다름없을 겁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 첫 문장은 주어의 조사를 “은”으로 할지 “이”로 할지를 놓고 작가가 고민했다는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조사라고는 해도 ‘이’와 ‘은’은 사뭇 다르다. ‘이’가 객관적 사실의 건조한 진술이라면 ‘은’에는 서술자의 주관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전쟁으로 주민들이 떠난 섬에 꽃이 피어 있다는 동일한 사실을 서술하는 것이지만, 보조사 ‘은’을 쓰는 순간 그런 상황을 대하는 서술자의 안타까운 심정이 개입되게 된다. <칼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담담하고 냉정한 서술을 통해 오로지 ‘바다의 사실’에 충실할 뿐인 이순신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서사 전략을 지닌 작품이기 때문에, 첫 문장의 조사를 ‘은’이 아닌 ‘이’로 택한 것은 절묘한 결정이었다.>
2021년 11월 16일 오전 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