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베스트 직원이 최악으로...`필패 신드롬`
매일경제
한때 베스트였던 직원이 최악의 직원으로 전락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리더십 분야의 석학 장 프랑수아 만조니 교수는 ‘필패 신드롬(set up to fail syndrome)의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필패 신드롬이 발생하는 이유를 사람들이 자신의 예상과 판단에 부합하는 증거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단 리더가 무능한 직원이라고 찍으면 이 직원이 잘하더라도 리더는 보지 못합니다. 못하는 것만 눈에 보이죠. 이런 확증 편향이 필패 신드롬의 주요 원인입니다.” 만조니 교수는 “필패 신드롬을 예방하려면 리더와 직원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만조니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1️⃣필패 신드롬을 ‘잔인한 사이클’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보스가 '특정 직원은 유능한 직원이 아니다'고 생각하면서 이 사이클이 시작된다. 보스가 직원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개입할수록 직원은 업무에서 더 멀어지고 더 무능해진다. 보스가 노력할수록 결과가 나빠진다는 점에서 ‘잔인한 사이클’이다. 2️⃣무엇이 필패 신드롬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나? 🅰️엄청나게 많은 리더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일부 방아쇠는 성과와 관련있었다. 그러나 일부 방아쇠는 성과와 무관하며 매우 주관적이었다. 핵심은 어떤 이유이든지 어느 순간 방아쇠가 당겨지면 보스가 직원의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3️⃣성과와 무관한 요인으로 필패 신드롬이 촉발된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 🅰️리더와 직원은 사회, 경제적 배경이 다를 수 있고, 야망이 다를 수 있고, 옷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주관적 요인때문에 서로를 존중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런 요인들로 필패 신드롬이 시작된다는 것이 불공평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다. 4️⃣보스는 직원들을 일을 잘하는 그룹(in-group)과 못하는 그룹(out-group)으로 나눈다. 아웃그룹 직원은 필패 신드롬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스는 그런 분류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보스가 항상 의식적으로 인그룹과 아웃그룹을 나누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 내가 만난 많은 보스들은 “나는 직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지 않는다. 세밀하게 그룹을 나누고 직원들을 관리한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5️⃣인그룹과 아웃그룹 분류가 무의식적이라면 피할 수 없다는 뜻인가? 🅰️Yes와 No, 두 가지 대답이 모두 가능하다. 꼬리표를 달아 직원을 분류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인간 두뇌는 그렇게 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위험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자신의 분류가 옳은지 따져보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리더 머릿속에 ‘A는 일 못하는 직원이야’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하자. 그 순간 리더는 스스로에게 되물을 수 있다. ‘잠깐, A가 정말로 일을 못하는 직원인가?’라고 말이다. 그 다음 A와 대화를 나누고 A를 도와주려고 시도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6️⃣기업들은 고과를 매겨서 좋은 직원, 나쁜 직원으로 분류하는 인사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옳은 지적이다. 인사 시스템 자체가 리더에게 직원들을 인그룹과 아웃그룹으로 나누기를 강요한다. 일부는 매우 좋은 직원, 일부는 좋은 직원, 일부는 덜 좋은 직원, 일부는 나쁜 직원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직원 50명 중 당신 직원 A가 23등이냐, 28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A가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7️⃣한 번 리더 머릿속에서 아웃그룹으로 분류된 직원이 인그룹으로 재분류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왜 그런가? 🅰️첫째는 리더가 아웃그룹 직원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리더는 이들에게 충분한 자율과 신뢰를 부여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자존감을 잃게 된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일에 대한 동기도 떨어진다. 당연히 성과도 떨어진다. 결국 이 직원들은 계속 아웃그룹으로 남게 된다. 둘째는 좋은 성과를 보여도 리더가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리더가 인지하더라도 ‘운이 좋아서 그럴 거야’라고 생각한다. 아웃그룹 직원이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은 리더가 예상하는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는 아웃그룹 직원 역시 리더를 ‘나쁜 상사’로 분류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직원의 행동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리더는 자신을 나쁜 상사로 생각하는 직원들을 더욱 더 ‘일 못하는 직원’ 또는 ‘멍청한 직원’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8️⃣보스에게 신뢰를 잃고 일 못하는 직원으로 찍힐 위험은 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초기에는 그렇게 한다.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열심히 해도 보스가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다. 열심히 하는데도 보스가 직원 A를 계속 싫어하고 무능한 직원으로 취급하면 어떻게 되겠나? 어느 순간 A는 자신감과 일에 대한 동기를 잃는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권력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어릴 때는 부모가, 커서는 학교 선생님이, 직장에서는 보스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결국 보스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으면 직원은 의욕을 잃게 된다. 9️⃣필패 신드롬을 예방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리더와 직원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 리더는 직원에게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업무와 관련해서 당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에게 기대하는 몇 가지가 있다. 당신 역시 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말해 달라.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합의점을 찾는다면 우리 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보스와 직원 모두가 자신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 🅰️아인슈타인의 명언 중 ‘계속 똑같이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이 있다. 리더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이 나쁜 결과를 낳았다면, 당연히 그 방식을 바꿔야 한다. 반대로 직원이 리더를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2021년 11월 18일 오후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