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면평가(2) 피드백과 조정 ⚖️⚖️
커리어를 인생 마라톤으로 본다면 평가는 현재의 상태(과거의 축적물)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해) 예방하는 커리어 건강검진 같은 것이다. 그래서 ‘마감'의 의미보다는 ‘점검'의 의미라고 봐야 한다. 이것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나 평가를 하는 사람이나 동일한 자세여야 하는데, 그래야 평가가 일회성 점수 매기기식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빌드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동료 평가 2탄
셋째, 피드백 (Feedback)
동료 평가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평가"라는 말이 주는 거북함이 있는데 평가의 목적은 동료의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주고 그 성장과정에 동참하는 일이다. 그래서 평가자는 동료 평가에 성의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건설적이고 공정한 피드백을 위해서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면평가 제도에는 직군별, 직급별 기대치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하고, 피드백은 해당 기준치에 근거하여 적도록 해야 한다. 기준치가 없으면 피드백은 주관적이고 감상적으로 흐르기 쉽다. 내가 다녀본 회사 중 한 곳은 [리더십 - 혁신 - 실행력]으로 나눠서 피드백을 쓰도록 했고, 구글의 디자인 직군은 각 레벨별로 정해진 각각의 [난이도 - 기여도 - 리더십 - 사회 기여(공통)]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구글의 PM(Product Manager) 직군은 [범위 - 역량 - 기여도 - 사회 기여(공통)]로 나눠서 각 레벨별로 매우 상세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다고 느낀 항목은 PM 레벨이 올라가면 “Attracting and securing engineer talent” 기준이 생긴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리더의 비전과 사람이 맘에 안 들어서 나가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만들어진 기준이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 기준이 구체적이면 평가받는 사람이 이 기준치에 얼마나 합당한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되고, 해당 관점에서 피드백을 쓰도록 유도가 된다. (직군별/직급별 기준은 각자 다음 단계로 승진하기 위해서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기준을 잡는 역할도 한다.)
피드백 퀄리티는 평가자의 역량을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 얼마나 동료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간략하고 명확한 피드백을 표현할 수 있는지, 해당 피드백의 근거 제시를 잘하는지, 뭉뚱그리지 않고 구체적으로 성장에 대한 조언을 하는지 등이 여실히 피드백에서 드러난다. 특히나 시니어 혹은 매니저의 경우 피드백을 잘 주는 역량은 리더십에 매우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를 받는다.
가끔 ‘할 말 없음'이라고 적거나 그냥 공란으로 비워놓는 평가자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평가를 받는 사람에게 마이너스 요소가 될뿐더러 평가자 스스로의 역량을 형편없다고 시스템에 기록으로 남기는 거라서 매우 지양해야 할 일이다.
넷째, 조정 (Calibration)
매니저의 개인 역량이나 매니저 그룹의 집단지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단계이다.
피드백을 보면 흥미로운 특이점이 보인다. 이런 경우는 피드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거나, 추가 피드백 요청을 하거나, 필요하다면 개별 평가자와 면담을 통해 내용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1. 매니저 평가와 동료 평가의 차이가 큰 경우 -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대치와 관계적인 편향성이 작용을 한 경우가 흔하다. 이를테면 나보다 레벨이 높은 사람이 하는 일은 어렵고 잘해 보인다든지, 친한 사람에 대한 긍정 감정이 작용을 했다든지, 아니면 우리 팀에 일을 적게 만드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거라고 평가를 한다든지 하는 경우들이다.
2. 동료들 간 평가의 차이가 큰 경우 - 주로 사람을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과는 일을 잘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트러블이 크게 생기는 사람의 경우에 피드백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매니저가 이를 파악하고 팀 구성원을 조율해 주는 것도 필요하고, 협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코칭을 동반하는 것이 좋다.
3. 프로젝트에 따라 차이가 큰 경우 - 프로젝트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큰 사람의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는 한 번의 평가로는 파악이 어렵고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파악이 되는 성향이다. 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밀어주면서 조금씩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같이 주는 게 필요하다.
부서의 매니저들이 모여서 조정 회의를 가지는 경우에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다.
1. 크로스 체크 - 평가가 기준치에 합당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이때 프로젝트의 난이도에 따른 기여도를 부서 전체(혹은 기업)의 관점에서 논의하여 조정한다. 피드백에 근거가 쓰여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추가 근거 자료를 요구하거나 논의를 한다.
2. 선입견/편향성 개입 확인 - 특정 평가자의 피드백이 높게 반영이 되었다거나 (주로 높은 사람), 최신 결과물의 성과가 편향 반영되었다거나, 개인의 성과보다는 프로젝트 후광이 과대 반영되었다거나 하는 부분들을 확인하여 조정한다.
3. 개별 목표치와 상황 확인 - 평가 기간 중 개인적인 사정(병가, 가족 돌봄…)으로 목표치가 조정이 되었다거나, 성향(내성적 혹은 외향적)이 과대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여 조정한다. 단기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직원은 장기적인 기업의 성공을 만들어가는 핵심이므로 개인의 성장과 비전을 염두에 두며 논의한다.
구글은 내가 다녀본 그 어떤 미국 기업들보다 이 조정 과정에 공을 들인다. 놀라운 것은 민감할 수 있는 평가의 결과를 함께 논의하고 조정하고 합의를 맞춰나간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랄한 토론이 이어지는데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고 공정함을 위해 노력하는 그 에너지와 시간이 나에게는 언제나 큰 배움이 된다. 간혹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3탄에서는 다면 평가의 성공을 좌우하는 시스템과 문화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제도의 단순 채용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다면평가 제도의 이면과 핵심, 기업 문화를 3탄에서 다뤄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