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인다면 약의 가격은 얼마로 책정되어야 할까요? 미국의 독립 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 기관 ICER에서 두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전통적인 가격책정방식인 '비용+이익' 접근법입니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약이기 때문에 R&D 비용을 제하고 추가 생산비용만 고려했을 때 10일 투약에 10달러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건 마치 아이폰에 들어간 부품 가격을 더한 다음에 아이폰 11의 적정가격은 200달러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다른 방법은 '비용효과 분석법'입니다. 이 약이 도입되면서 얻어지는 편익을 계산하고 한 사회가 어디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가격을 정하는 것입니다. ICER는 미국 사회가 1년의 추가적인 생명에 5만 달러를 지불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Adaptive COVID-19 Treatment Trial (ACTT) 임상에서 추정된 사망률 개선, 중환자실에서 치료기간이 얼마나 줄어드는, 산소호흡기 사용 비용 등등의 자료를 가지고 $4,500를 적정 약가로 제시했습니다.
이 분석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이 치료를 통해 줄어든 의료자원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얻어지는 추가생명연수(Life Year gained)가 포함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 의료시스템은 이미 1년의 생명 연장에 5만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지불의사를 적게 잡으면 약의 가치는 과소추정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비용의 감소입니다. 치료제로 인해 경제가 락다운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얻어지는 가치는 이 분석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