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 리더십(Clear Leadership)’ 저자, 저비스 부시 교수는 조직 내 경험을 서로 공유하지 못해 협력이 일어나지 않는 현상을 ‘대인관계 혼돈(Interpersonal mush)’ 상태라고 정의한다.
부시 교수는 “회의에서 발생한 경험이 좋은 결정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이는 “똑같은 사안이더라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얻게 된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된 결정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리더가 직접 나서서 구성원들끼리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집단적 학습이 이뤄지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 내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상사와 직원으로 구성된 계층(Hierarchy) 조직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조직 내 계층구조가 생긴 것은 역사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다. 봉건주의 시절 사람들의 역할은 그들 태생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각자 역할이 주어지기 시작했고 이에 새로운 조직 형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산업혁명 당시 이상적인 조직 형태는 관료제(bureaucracy)였다. 계층, 명령과 통제, 역할로 구성된 관료제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 구조였고, 엄청난 업무 향상을 가져왔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관료제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복잡한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생명주기가 9개월 미만인 게 허다한 데다 새로운 경쟁자와 기술이 하룻밤 사이에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계층식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바뀌어나갈 것이다.
2️⃣아직도 구성원이 의견을 모아 움직이는 팀제형 조직이 자리 잡지 못한 곳이 많다. 결국 한 명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료제가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나은 형태란 뜻 아닌가?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면 여전히 관료제가 통한다. 그러나 고등 기술을 요하는 곳에선 한 명에게 모든 결정을 기댈 수는 없다. 선진국들은 40년 전부터 빠르고 유연하면서 동시에 더 잘 학습하는 새로운 조직을 찾는 실험을 계속해왔다.
GM은 이미 관료제가 아닌 새로운 조직 형태를 제조업에 적용했다. 팀제형 조직으로만 운영되는 공장을 만든 것이다.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관료제형 공장보다 개선이 빨랐고 품질과 생산성, 효율성 면에서 모두 다 뛰어났다. 사람들도 더 행복했다. 그러나 얼마 뒤 다시 관료제로 회귀했다.
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다. 리더들은 아직도 통제와 권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못해 협력체계 구축에 실패한다. ‘클리어 리더십’은 어떻게 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진정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다.
3️⃣그렇다면 어떻게 직장 내에서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나?
▶협력 기반 조직에서 효율적인 일처리를 기대하려면 ‘경험’에서 배울 줄 알아야 한다. 경험이란 내 경력이 될 수도 있고, 어제 일어난 일, 아니면 오감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회의 이후에 5명에게 의견을 물으면 5가지 의견이 나온다. 이는 각자의 경험 형성 과정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관료제 조직에서는 리더 경험이 가장 옳은 경험이 된다. 그러니 더 나은 생각을 서로 공유하지 못한다. 이것이 ‘대인관계 혼돈’ 상태이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리더부터 구성원 모두 서로 각기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리더가 먼저 나서서 ‘어떠한 점에서 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하나’ ‘내가 이 분야에 대한 정보를 당신과 나눌 수 있다’ 등 구성원들과 경험을 나누는 심리적 공간을 내줘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구성원들이 리더와 다른 경험을 갖는 것 자체에 겁을 낸다.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상사와 공유하지 못하면 상사는 점점 더 고립되게 된다. 이는 조직 내에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리더가 직접 나서서 “나는 이런 경험이 있지만 당신들 경험도 듣길 원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4️⃣파트너십을 통한 협력적인 업무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나?
▶’이건 네 책임이야’ ‘난 이 일에 대해선 걱정 안 하겠어’ ‘명령대로 해’라고 리더가 말하는 것은 파트너십이라고 보기 어렵다.
관료제에서는 주로 ‘You language(너 전달법)’를 쓴다. 예를 들면 ‘너가 나에게 말해’ ‘너가 보증해’라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다. 이는 진정한 파트너십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조직을 역할이 아닌 파트너십에 기반해 디자인해야 한다. 이 일을 마치기 위해 필수적인 파트너십은 무엇일지, 누가 누구와 일을 해야 더 효과적일지를 따질 줄 알아야 한다.
5️⃣’클리어 리더십’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리더상은 무엇인가?
▶리더는 자기 경험을 잘 인식하고(인식 자아), 자기 경험을 남이 잘 공감할 수 있도록 서술할 줄 알며(서술형 자아), 질문을 통해 다른 사람 경험을 잘 끌어낼 줄 알고(호기심 자아), 각자 경험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이를 통한 집단적 학습이 가능(긍정평가 자아)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가장 큰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다름 아닌 ‘불안감(anxiety)’이다. 물론 때로는 불안감이 일을 진행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경험 공유를 꺼리고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리더가 직접 경험에서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그것에 대해 잘 모르는데 더 얘기해 달라’ ‘내가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학습자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리더는 곧 배우는 자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6️⃣회사 리더십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지 않나?
▶리더십 변화는 1~2년이 아니라 세대에 걸쳐 진행된다. 2년 전 미국에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임원 응답자 중 24%는 직장 내에서 진정한 협력을 바탕으로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일반 직원 중 이렇게 응답한 비율은 겨우 3%에 불과했다. 조직 전반에 리더십 변화가 이뤄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