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취준생이었는데 취준생 사이에서는 IT회사를 들어가는건 찌질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과장이 아니라 NHN(현 네이버) 조차도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았고 지금 처럼 한국 사회에 주는 영향력이 크지 않은 회사였다(물론 여전히 큰회사였다). 당시만해도 폴더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절반이나 되던 시절이었고 선데이토즈가 애니팡으로 스마트폰 사업으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겨우 증명하던 때였다. 공고가 나왔던 회사가 대우해양조선 경영관련 전 포지션(전략, 재무 등), S오일, SK가스 전략/재무, 삼성화재 마케팅전략 등등이었다. 요즘이야 저런 곳 가고 싶냐고 하면 당연히 한 5번 정도는 고민하겠지만 2012년에는 돈도 많이주고 다들 가고싶어 안달난 직장이었다. 준비성이 없던 나는 대충 자기소개서 1시간만에 써서 서류를 지원했고 대기업 중 SK가스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다 떨어졌다. 대신 넥슨 해외 사업개발, NC소프트, 네이버 기억도 안나는 포지션, 대충 컨설팅 회사 이런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시간 순으로 보면 컨설팅 회사에서 가장 먼저 면접을 보았고 4번인지 5번의 면접 끝에 오퍼를 받은 상태였다. 그리고 귀찮아서 나머지 회사들은 철회했다. 넥슨, NC소프트가 지금이야 좀 괜찮지 않나 말하지만 당시만해도 신입연봉 2,000후반~3,000초반 정도로 박봉의 회사였다. SK가스는 그냥 가기 싫었다. 그렇게 대충 입사한 컨설팅 회사가 별로라는 것을 2년 약간 안되게 다니면서 알게 되었고 이직을 하기로 결심한다. 몇 개월을 쉬면서 이직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고 미국의 큰 화학 회사중 한곳에서 오퍼를 받았다. 인구 5만도시에 있는 회사였고 붙으면 무조건 가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면접이 끝나고 비행기 옆자리에 CFO가 앉으면서 금요일 오후에는 무조건 시카고를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는 말을 했다. 오퍼를 받고 저 말이 기억나서 정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사인을 했다. 당시 카카오에서 사람을 약간씩 채용하고 있었는데 다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장을 한 직후였다. PM과 같이 IT 경험이 있는 포지션 위주로 뽑았는데, 그래도 지원을 했다. 그리고 떨어졌다. 그래도 가고 싶어서 이메일로 빌었다. 무시당했다. 결국 시골 화학회사로 팔려가게 생겼고 가서 몇 년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예전에 지원했던 우아한형제들에서 연락이 왔다. 전략기획으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고 거의 3시간에 걸친 1차 면접 후 대표님과 2차 면접을 봤다. 2차 면접이 끝나자마자 가고싶은 회사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날 바로 오퍼를 받았다. 그리고 그날 밤 미국 화학회사 오퍼는 철회했다. 만약 그때 내가 준비성이 너무 뛰어나고 취업스터디도 하면서 대우해양조선에 합격을 했다면, 그래서 입사했으면 인생은 완전 달라졌을 것이다. 2020년 기준에서 봤을 때 IT쪽으로 커리어를 바꿀 수 있어서 너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대우해양조선의 시총은 약 5조원쯤 이었다. 카카오는 말 그대로 겨우 카카오게임즈 하나 터져서 수익모델을 어느정도 증명한 회사였을 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막 J커브를 그리기 직전의 스타트업이었다. 결론1. 우아한형제들 만세! 결론 2. 새로운 산업으로 가는게 이득이다. 오래된 산업으로 취직해봐야 고생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 3. 물론 삼성전자와 같은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도 있긴하다.

코로나 '집콕'에 이용시간 급증...카카오도 예상 넘는 실적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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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에 이용시간 급증...카카오도 예상 넘는 실적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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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8일 오전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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