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속 "데이터의 질감을 느끼게 된다"라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와닿습니다. 거대한 엑셀 모델의 셀 하나하나 찍어서 F2로 수식을 확인하던 주니어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숫자는 만질 수 없지만 어쩌면 만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잡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큰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하지만 회사를 나름 오래 다니면서 깨달은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잡일이라도 사람마다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걸까 늘 궁금했습니다.
보통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할 때는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내가 직접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이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위임함'으로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니어일 때는 전자였다가 직급이 올라갈 수록 후자의 능력이 점점 중요해집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을 할 때는 어디까지 확인을 해야 하고 어디까지 위임해도 되는지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 선을 정하는 능력은 '삽질'의 경험에서 온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