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선생... 제가 20년 동안 수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인터뷰를 한 후에 후회하고 절망하고 부끄러웠던 게 김훈 선생과 인터뷰였습니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이라는 신작 기자간담회에 참가한 기자들도 상당히 어렵게 인터뷰를 한 듯합니다. 그나마 윤춘호 논설위원이 작성한 이 기사는 어쩌면 김훈이라는 인터뷰하기 난감한 인터뷰이에 대한 헌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써서 세상에 내보내면 그걸로 끝을 내야 하는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서 글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쑥스럽고 어색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자리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속세의 일이란 것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고 해서 나오게 됐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과장하지 않고 정직하게 말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요? 너무나 까다로운 인터뷰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저도 그런 것을 경험하고 너무나 슬펐죠. 이해할 듯 못할 듯 애매한 그의 답변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게 너무 힘듭니다. 또한 김훈 작가와 글이 주는 위압감에 기가 죽기도 합니다. 당당하게 찾아가 냉면도 얻어먹으면서 호기롭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뭔가 모를 위압감에 저절로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고통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건진 것은 그의 아름다운 문장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는 것. 한 페이지 안에 몇 문장을 넣어야겠다는 그림부터 짤 정도로 단문과 장문이 멋들어지게 배열된 것은 김훈 선생의 숨은 전략이자 고도의 기술입니다. 말이 달리는 듯한 긴박감과 노인의 걸음 같은 느긋함이 한 페이지 안에서 어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김훈 선생은 한 페이지 안에서 이런 다양한 변주를 고민할 정도로 치열하게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10년도 훌쩍 지난 김훈 선생과의 인터뷰 후에 제게 남은 것은 글쓰기의 치열함이었습니다. 김훈 선생이 제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녹취를 풀어봐도 그 의미를 모르는 것투성이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후배 글쟁이를 너무나 부끄럽게 만든 이였습니다. 윤춘호 논설위원은 그런 그를 길들여지지 않는 수컷으로 비유했습니다. 맞는 것 같습니다. 그가 세상사를 바라보는 눈은 선후배들과 불화를 일으켰고, 불화가 생기면 그는 여지없이 스스로 떠났습니다. 스무 번이나 사표를 냈다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여성과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보수적이냐"는 투정조차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그래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이해 아닌 이해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김훈 선생의 문장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자전거 기행>을 읽고 4박 5일 동안 자전거 제주도 일주를 떠난 이유는 책에 나온 문장을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문화와 문학의 이데올로기를 믿는 편이지만, 김훈 선생의 문장은 문장으로만 느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 사람]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은 김훈, 목놓아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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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은 김훈, 목놓아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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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일 오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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