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부채라는 개념을 요즘 계속 생각한다. 엔지니어링 하시는 개발자분들은 기술 부채라는 말 많이 사용하시는데, 유사한 개념.. 개발자분들도 제품 만드시는데, 코드 무조건 많이 쌓아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구조에 대한 이야기 많이 하시는 것처럼... 기술 부채가 쌓이면 나중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조직 전체가 하나 방향으로 가는 데 있어서도 신뢰 부채가 쌓이면 조직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최선의 퍼포먼스 낼 수 없다. 큰 조직이라도, 작은 조직이라도...
조직으로 일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개인 퍼포먼스라는 건 한정된 자원인 시간 (24시간) 내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을 줄이고, 주말에 일을 하더라도 어차피 24시간은 24시간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내공과 직관, 통찰이 쌓여도 혼자서 전국민이 쓰는 서비스 같은 것 만들 수가 없다. 팀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서로가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큰 목표는 같이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직이 생겨서, 나누어서 일하면 생산성 오를 것 같지만... 사람이 늘어나고, 커뮤니케이션은 많아지고, 오해가 쌓이고, 그 안에서 방향성 혼란스럽고, 그러다보면 더 많은 사람이 더 큰 임팩트 내는 게 아니라 더 사람이 많아서 임팩트가 줄어드는 구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그러다가 사람 나갈 수도 있고...
결국 사람 수가 전부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서로가 각자 더 일 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사람들 사이의 윤활유를 잘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누구는 문화라고 부르고, 조직 관리라고 부르고... 용어는 다르지만, 다들 바라보는 지점은 같은 것. 어릴 때 운동회 하면 2인 3각 같은 것 기억난다. 이런 게 팀으로서 일하는 것 아닌가 한다. 서로 각자가 각자의 발을 딛지만, 같이 묶인 발은 힘을 합쳐서 걸어야 하는 것... 각자가 각자의 역할만큼 기여하고... 팀에게 소통하고 그 팀이 전체 방향에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그것을 반복하는 것. 이게 잘 안되면 신뢰 부채가 쌓인다... 부채가 계속 쌓이면 나중에 크게 갚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혼란의 이유를 개인에게 돌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나도 그랬지 않았나 반성한다..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이 문제인 거고...개인의 차원에서 역량을 쌓아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를 잘못 해결해버리려고 했던 것 같다. 사람에게 탓을 돌리는 건 정말로 쉬운 일이다. 네가 더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해야지. 말을 쉽게 해야지... 결론을 먼저 말해야지... 이런 말들...
하지만 본질은 팀의 시스템이 부재해, 신뢰 부채가 쌓인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팀에서 열심히 일하고,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려고 한다. 그게 되지 않는 경우는 개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팀이 문제라서, 혹은 그것 운영하는 리더십이 문제라서다. 그것 위해 노력하지 않으니까... 개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면 절대 문제 해결할 수가 없다.
이런 것들 해결하려고 수많은 방법론들 있는 것 같다. OKR 같은 용어가 대표적이고... 이런 류 책들은 용어는 다 다르다... 그런데, 다들 용어는 다르지만 방향은 하나인 것 같다. 개개인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고, 말 듣고, 그것에 대해서 정말로 건설적인 의견 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의견들이 개선되어가고, 개인들은 기여하는 느낌 들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생기고... 이런 일들 벌어지게 해주는 도구들이라는 것. 이런 모든 방법들이 조직 내 신뢰 부채 줄이고, 신뢰 자산 쌓는 방법들이다.
조직이라는 것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계속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끌고 가는 것도 물론 가능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유기체가 자생적으로 세포분열하듯 계속 좋은 에너지를 안에 있는 사람들이 끌고 와서 서로에게 영향 주면서 그것이 배가되면서 조직이 성장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걸 돕는 것이 여러 방법들이다. 방법들이 중요한 것 아니라 그 방법들 통해 조직이 서로 신뢰자산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처음 플라이 휠이 돌아가게끔 하는 것,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물론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각 개개인의 성향 맞춰서 필요한 지점들을 잘 동기부여하면서 할 수도 있을 테고... 그것을 하는 방식이 OKR이든... 데일리 스크럼이든...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본질은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는 신뢰라는 부채를 어떻게 조직 내에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신뢰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것.. 이 신뢰 부채를 한 명의, 혹은 몇 명의 사람이 개인기로 계속 푸는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조직이 자생적으로 계속 좋은 신뢰 자산을 쌓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방법적으로 커피를 자주 먹고, 스몰토크 자주 하고, 더 따뜻하게 말하고, 팀 드럼비트 미팅을 세팅하고... 여러 방법들 있겠지만, 하나하나의 솔루션이 역시나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정답은 없을 것 같다. 개인기로 푸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고민들을 계속 조직의 상황에 맞게, 팀의 상황에 맞게, 팀원들의 성향에 맞게 녹여내면서 더 좋은 팀... 진짜 신뢰 자산을 가진 팀이 되게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 같다. 진짜 팀의 역량은 그 팀이 만들어내는 매출 등등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특히나 작은 팀일수록 미래의 장기적인 잠재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더더욱 이런 신뢰 자산을 어떻게 팀에 내재화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요즘 생각한다. 어떤 팀을 바라볼 때, 뛰어난 한 리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팀이 가진 역량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 같다... 이 기준으로 팀을 바라보니...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씩 해답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