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고 저장만 해둔 아티클이 100만 개쯤 되는 당신에게

01. 영역과 직무를 막론하고 그동안 제가 봐온 기획자들은 대부분 일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만큼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도 많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뽑아내려는 욕구도 강하죠. 그리고 그중에는 '일단 저장'해두고 보는 습관도 꽤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습성이었습니다. 쓰든 안 쓰든 읽든 안 읽든 보든 안 보든 우선 내 안에 담아두고 지나가야 하는 사람들인 거죠. 02. 혹시 여러분의 메일함에도 '뉴스레터'라는 이름의 폴더가 있나요? 아니면 '읽을거리'라든가 '나중에 볼 것'이라든가 'Keep' 등의 이름을 가진 폴더는요? 아마 이 중에 뜨끔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지금 나열한 저 이름들과 비슷한 어느 한 폴더에 들어가면 분명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고요히 잠자고 있는 아티클들이 수십, 수백 통쯤 있을 테니 말이죠. 03. 물론 뭐 거기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라는 얘기는 전혀 아닙니다. 얼마 전 만난 제 후배는 자기가 구독하는 유료 서비스만 세어봐도 총 11개라고 하더라고요. 대체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구독하냐라고 했더니 "그래서 '독'은 못하고 '구'만 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되돌아왔습니다. 사람 사는 법 누구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과 함께요. 04. (이걸 방법이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나름대로 '텍스트 인풋'을 정리하는 저만의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바로 어떤 아티클을 읽든 간에 그 내용 중 임팩트 있다고 생각하는 문장 딱 3개만 골라 따로 저장해두는 방식입니다. 길이나 분량과도 무관하고 주옥같은 멘트가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습니다. 오직 딱 3문장만 뽑으니까요. 05.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나는 내가 읽은 텍스트 중 뭐라도 정리해서 남겨놓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아티클을 표기하기 위함입니다. 다시 말해 아티클의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나마 기억하려는 노력과 나중에 한 번 더 읽을만한 가치를 가진 콘텐츠를 분류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구분할 수 있겠네요. 06.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으시겠지만 저는 이런 습관을 가진 뒤로 저장만 해둔 채 묵묵히 썩히는 뉴스레터들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무슨 필사를 하는 정도의 노력이 들거나 하다못해 내용 요약 수준의 수고로움에 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중요한 문장 3개를 뽑아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채로 읽어내려가는 제 마음가짐의 차이가 가장 컸습니다. 이렇게 읽으니 비교적 가치 있는 문장과 아닌 문장이 빠르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글의 맥락과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죠. 07. 한 가지 의외의 소득은 나중에 다시 뉴스레터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아티클 별로 정리된 문장 3개를 읽는 것만으로 업무에 꽤 쏠쏠한 인풋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중간에 생략된 내용과 문장이 많을 텐데도 묘하게 3문장이 잘 연결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게다가 간략히 정리된 그 문장을 다른 곳에 인용하거나 비슷한 결의 내용을 검색하는 데도 유리했고요. 08. 그러니 여러분도 파일이나 메일 전체를 그냥 북마크 해두기보다는 바쁘더라도 퀵하게 한번 읽고 딱 3문장 정도만 복사해서 따로 저장해두는 방식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왜 같은 물건이라도 '언젠간 쓰겠지' 싶어서 포장도 안 뜯고 그냥 서랍에 처박아 둔 물건보다는, 그래도 일단 한번 써보고 그중에 꼭 필요한 것만 따로 모아 놓은 물건이 한 번이라도 손이 더 가는 법이잖아요. 결국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아티클도 이런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09. 아, 참고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이 행위(?)를 하는 시간으로는 오전에 업무 시작 전 약 10분 정도를 추천드립니다. 의외로 이 시간에 아티클 한 편 읽으며 손을 쓱쓱 놀리다 보면 집중도 잘되고 하루를 시작하는 새로운 힘을 리프레시 받을 수도 있더라고요. 개인마다 원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속는 셈 치고 한번 따라 해보셔도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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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5일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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