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를 일일 연속극처럼 잘라보면 어떨까? 〈인간극장〉은 이 생각에서 출발했다. 당시 정서로는 다큐멘터리를 쪼개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앞에는 이전 내용을 요약하고 뒤에는 다음 회 예고편을 내보냈다. 그 뒤로 5부작이 특허처럼 되었다." "지상파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 〈인간극장〉은 10% 넘는 시청률을 유지한다. 오늘도 평일 오전 7시50분 KBS1 TV에서 낯익은 음악이 흐른다. ‘정애씨는 기분이 상했다’ ‘과연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같은 평범한 내레이션도 프로그램의 상징과도 같은 배경음 ‘따라라라~’(인간, 비, 바람 1악장) 가 따라붙으면 드라마틱한 서사가 된다. 다음 화를 기다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이템 선정 과정에는 공식이 없다.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전국의 한글학교에 전화를 돌린다. 어느 섬이 어느 계절 가장 아름답더라는 얘기를 듣고 발굴하기도 한다.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던 ‘노총각, 우즈벡 가다’ 편은 신문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2005년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이주 여성이 생소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알아보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두 고단할 때는 뭔가 ‘힐링’되는 아이템이 없을까 궁리한다." "휴먼 다큐는 한국에만 있는 장르다.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바탕에 있다고 이시애 작가는 말한다. “리얼 판타지 같은 면이 있다. 나는 잘 못하는데 효도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대리만족한다. 남이 어떻게 사는가에 관심이 많은 건 나쁘게도 작용하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직접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인간극장〉은 공감을 위한 다큐멘터리인 것 같다.” 회의를 할 때도 출연자가 하는 행동이 이해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제작진이 지켜본 대로 시청자들을 공감시킬 수 있는지 돌아보는 거다." "조 PD의 말을 듣던 이 작가가 말했다. “목표(찍고 싶은 게)가 뚜렷한 PD는 오래 못 버티는 것 같다. 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고 기다림과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본성이 선해야 할 수 있는 일 같다.”" "<인간극장〉이 방송계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포맷 자체가 신선해 이를 따라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지금은 대세가 된 관찰 예능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년, 변하지 않은 것 같아도 많은 게 변했다. 2000년 당시에는 외환위기의 여파를 겪는 출연자들이 많았다. 잘사는 것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귀촌·귀농 아이템에 시청자가 반응했고 다문화사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영화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4~2005년,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충무로의 소재공장’으로 불렸다."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20주년. 다큐멘터리를 일일 연속극처럼 잘라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기다림과 인내심이 출중한 제작진들이 휴먼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후 관찰예능의 모티브가 되었고, 충무로의 소재공장이었으며 무엇보다 한국인들에게 용기와 에너지를 주는 프로그램의 역할을 감당했다. 아직까지도 시청률 10%을 유지하는, KBS와 시청자들 모두에게 '귀한' 프로그램으로 남아있다. 다행이다.

시청자도 제작진도 울고 웃었던 〈인간극장〉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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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도 제작진도 울고 웃었던 〈인간극장〉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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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일 오후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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