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와 베스트셀러를 합성한 ‘BTS셀러’가 192권에 이른다. - BTS 멤버가 읽었거나, BTS 앨범에 영감을 줬거나, BTS 멤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구절이라도 언급하거나, 인터뷰 영상에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2018년 정국의 소장 책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100만 권, 일본에서는 30만 권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 일본 아마존에서는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랐고, 5월 중순 출간한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4주 연속 2위를 기록하고, 한국 출판물 사상 최고 선인세인 2억 원에 일본과 출판 계약을 맺었다. - BTS셀러는 소설, 시, 에세이, 정신분석, 예술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분야는 고전이다. <달과 6펜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등 학창 시절 필독서로 꼽히던 책들. - BTS셀러잼은 서점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1020세대의 독서문화 확산에도 기여하며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 뉴미디어 시대의 출판의 이해 1. 'BTS셀러'같은 현상에 대해 어떤 사람은 책의 가치가 셀럽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왔다고 슬퍼할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여기서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2. 그런데 양쪽 모두 '책'을 자꾸만 가치평가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게 <언어의 온도>에 대한 적대감이 아닐까, 싶다. 가치가 없는 책이 이렇게 많이 팔리는 것을 지적하면서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것이다. 3. 그런데 나는 이 모든 판단, 평가, 감정이 정작 '책'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이 접했다. 바로 '좋은 음악이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4. 질문은 '책이란 무엇인가'로 바꿔야 한다. BTS셀러가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방탄소년단과 연결되고 그 결과 잘 팔리게 된 책들이 고전이나 인문, 에세이들이기 때문이다. 수준이 있다고 생각하는 책이어서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가차없이 비판받을 것이다. 5. 하지만 책의 가치는 내용으로만 구현되지 않는다. 지금이라서 그럴까? 아니다. 예전에도 책은 어디에 실리느냐에 따라 판매량이나 영향력이 달라졌다. 조선일보 문화면에 소개되는 책이 있고,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책이 있다. 양쪽 모두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다만 누군가는 조선일보 문화면과 가깝고, 누군가는 커뮤니티에 가까울 뿐이다. 그저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가치를 절하하거나 폄훼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 TMI 인사이트 * 책, 음반(음악)은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누군가 언급하고 소개하는 과정을 통해 확산된다. 예전에는 그게 '미디어'였다. 과거의 미디어는 '믿을만한 존재'였다. 같은 맥락으로, 마케팅이란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제품을 파는 방법론이다. * 지금은 그 '미디어'의 개념이 달라졌다. 언론, 매체 등이 미디어를 일컫는 말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셀럽,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 등이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한다. 가치있는 책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어려웠다. 내가 관련된,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잘 팔리지 않는 건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냉정한 얘기지만, 만드는 쪽이나 파는 쪽에서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탓이 더 크다고 본다. * 핵심은 '미디어의 개념'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방탄소년단이 고전을 선호하는 건 논란이나 이슈를 의식하는 까닭도 있고, 동시에 고전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이유도 있다. 그것은 비용으로 선택되는 영역이 아니다.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동시대와 매칭되는 책이다. 동시대의 감수성을 발견하는 것, 그것을 기획으로 연결하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해 판매하는 것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 책을 다르게 이해하기, 그리고 미디어의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기. 이를테면 아이디어-제작-제품-마케팅의 모든 면면이 하나로 이어진다. 다른 영역에서는 이런 사고 구조가 잘 작동하는데 책이나 음악, 미술 등 예술의 영역으로 오면 다소 감정적이 되거나 정서적인 면이 강조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책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좀 더 뾰족한 고민과 그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