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이라는 '팀'을 구축한 과정

1. “(모두가 알듯이) 무한도전의 시작은 그렇게 사랑받지 못 했었다.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됐을 때 4%가 가장 높은 시청률이었다. 당시의 4%는 새벽에 애국가 수준이었다” 2. “어느 누구도 무한도전에 관심이 없었다. 가끔 길에서 보면 소랑 줄다리기 할 때부터 재밌게 봤다고 하시는데, 아마 나중에 무한도전이 잘 돼서 재방송을 많이 한 걸 본 것 같다. 그때는 내가 담당 피디가 아니었다” 3. “(그래서 무한도전은 곧 없어질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유재석 씨와 같이 일을 한 번 해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들어갔던 게 무한도전이다. (근데) 나도 들어가서 막상 해봤는데 재밌었다” 4.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좀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에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다. 소위 만두사건이 생겼다" 5. “멤버들이 녹화를 힘들어해서 쉬는 시간을 줬더니 정준하 씨가 냉동 만두를 편의점에서 사와서 좀 먹다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어떤 놈이 내 만두 다 먹었어? 다 같이 둘러앉아 있었는데 다들 놀랐다” 6. “아무리 봐도 자기가 다 먹은 것 같은데 갑자기 왜 화를 내지? 근데 박명수 씨가 2개 정도 먹었나 보다. 정준하 씨가 그게 너무 기분 나빴는지 박명수 씨의 입을 벌려서 입안의 찌꺼기를 빼려고 했는지 그러면서 손이 입에 닿아서 싸움이 났다” 7. “만두 하나로 입 벌리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니까. 놀랬다. (그때) 급하게 카메라를 대기실로 갖고 오라고 했다” 8. “그때 내가 지난 두 달 동안 촬영했던 것보다 지금 대기실에서의 모습이 더 재밌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걸 살려가봐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다음주부터 멤버들이 쉬는 시간에 뭘 하는지 몰래 다 찍고, 밥도 밖에서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시켜서 앉아서 먹으면서 나오는 대화를 몰래 찍어서 내보내다 보니 반응이 점차 왔다” 9. “(그러면서) 멤버들이 일주일 동안 뭐 했는지,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등등. 이런 것들에 대해 멤버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하게 됐다” 10. “멤버들 각각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전담 카메라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카메라를 여덟 대로 늘렸다. 여덟 대로 늘리면서 편집 기술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이 모든 것들을 변화시킨 게 만두 사건에서 시작됐다” 11. “(팀의 리더로서 새로운 기획을 할 때)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척만 하지, 안 되면 정말 숨고 싶다. 예전에 좀비 특집을 찍을 때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에 없는 예능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망하고 나니까, 일주일 동안 엘레베이터를 못 탔다. 너무 부끄러워서” 12. “(그러다) 멤버들과 프로그램에 대한 방향성과 정체성으로 얘기를 나누게 되다 보니까 전혀 외롭지 않게 됐고, 현장의 피디들이 나 말고도 5~7명이 있어서 든든했다" 13. “그래서 프로그램은 정말 피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다 같이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너무 커져서 그때부터 웬만하면 언론 인터뷰가 오면 나 혼자 개인 인터뷰는 안 하려고 했다. (나 혼자 만드는 것처럼 비춰지는) 오해를 피하고 싶었다. 나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막내 작가도 있고, 막내 피디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 "길, 노홍철, 정형돈 하차 이후 무한도전의 집단지성 무너졌다"

Normalmedia

김태호 PD "길, 노홍철, 정형돈 하차 이후 무한도전의 집단지성 무너졌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3년 1월 2일 오후 11:32

 • 

저장 13조회 2,20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