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평소 인터뷰 기사 보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짜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인터뷰 참 잘했다'라고 생각되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취향은 다 다르겠지만 저는 두 가지 정도를 좋은 인터뷰의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요, 지극히 개인적인 잣대지만 이 관점으로 인터뷰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자 이번 글을 통해 한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02. 하나는 '구심점이 있는 인터뷰인가'가 제게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대다수의 인터뷰가 일반적인 질문들을 순서대로 진행한 다음 그중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워딩을 담아 제목으로 풀어냅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이가 대답한 전체적인 맥락이 그 헤드라인 안에 갇히고 마는 일도 자주 발생하죠. 자극적인 워딩들이 일종의 프레임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03. 대신 하나의 주제가 구심점을 잡아주고 그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테마가 있는 인터뷰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즉 두 사람의 대화 사이에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가 생기는 셈이죠. 그 키워드를 들고 사람을 이해하는 게 저는 꽤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하기에 구심점이 있는 인터뷰를 좋아합니다.
04. 다른 하나는 '인터뷰이가 과거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지난 간 일을 자세하게 기억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과거의 기억이 지나치게 미화된 인터뷰도 많고, 무엇보다 지금 손에 들린 것들을 쥐고서 지난 일을 회상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05. 그래서 저는 인터뷰이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그 상황에서 가졌던 생각이나 감정을 상세하게 기술할 줄 아는 게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인터뷰를 읽다 보면 '아, 이 사람의 이런 경험과 깨달음들이 지금의 본인을 만들었구나!'하는 게 절로 체감되기 때문이죠.
06. 지난주 한국일보를 통해 공개된 퍼블리 박소령 대표님의 인터뷰는 이런 이유로 더 반가웠습니다. '실패'라는 구심점이 있는 키워드를 가지고 풀어내는 문답이 다른 어떤 인터뷰들보다도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았거든요.
게다가 그 실패의 경험들이 지나간 추억처럼 미화되거나 왜곡된 게 아닌, 생생한 감정과 레슨들로 소개되어 있어 너무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07. 특히 그중에서 '실패를 실패로 끝내는 게 최악이다'라는 말을 하시며,
"돌아봐요. 그 실패는 왜 비롯됐나,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퍼블리에는 회고라는 고유한 루틴이 있어요. 호기롭게 출시한 제품이 망해도, 잘돼도 반드시 돌아보고 이를 기록해요. 발생한 문제가 뭐였는지(Problem), 왜 그랬는지(Why), 개선방안(Try)은 뭔지 논의하고 문서로 남기는 거죠. 팀 단위로 일상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연말 타운홀 미팅에서 한 해 전반의 회고도 해요.”
라는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에 대한 코멘트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08. 그러니 한 번쯤 시간을 내어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특히 '실패'라는 구심점의 키워드를 가지고, 인터뷰이인 박소령 대표님이 그 실패의 사례를 얼마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복기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보면 더욱 흥미진진하니 참고하셔서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