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이란 무엇이고, 그 원천은 무엇일까? 과거 우리 세대는 어디에서 소속감을 느꼈고,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또 무엇에서 소속감을 느끼는가? 과거에는 장시간 근로와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가 소속감의 원천이었다. 이른 시간 출근해 밤늦게까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점심 뿐 아니라 저녁까지도 직장 선후배들과 했다. 회식도 많았다. 노래방에서 머리에 넥타이 끈을 두르고 소파 위를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직장인에게 직장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였고, 그 공간에서 인간관계 역시 일로만 맺어진 게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끈끈한 게 있었다. 그래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왔나보다. 공과 사의 경계도 흐릿했다. 때때로 상사의 개인적인 일까지 직원이 해주던 때도 있었다. 그런 게 부당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런 문화에서는 실리콘밸리의 구글에서와 같은 고급 카페테리아, 멋진 휴게 장소, 최고급 커피 머신은 필요가 없다. 어차피 늘 야근을 함께 하며 밤늦은 시간에 회사 계단에서 담배를 나눠 피우고 상사 욕을 하며 동료애를 나누는데 그깟 커피 머신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저렴하고 어두컴컴한 노래방에서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스트레스를 푸는데, 고급 카페테리아가 뭐가 필요한가?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고급 휴게 시설이 필요한 까닭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전통적인 한국 직장의 집단주의 문화는 상상하기 힘들다. 회식도 거의 없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가 아니면 얼굴 마주칠 일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한다. 최고급 커피 머신이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이 부서, 저 부서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모여들면 서로 인사하며 안부라도 물을 거 아닌가? 그러면서 동료 의식을 느끼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조금은 높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고급 카페테리아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심지어 사옥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직원들이 우연히라도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 역시 과거 어느 때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장시간 근무를 거부한다. 회식도 급속히 줄었다. 직원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급감했다. 어떤 이들은 이 같은 변화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한숨을 내쉬지만, 무의미한 반응이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에 적응해야 생존한다. 과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일에 인생을 바치고 삶의 균형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겐 ‘폭력’으로 비친다. 심지어 그들은 과거 기업문화를 조폭에 비유한다. 조폭도 인간관계가 얽혀 있고 공사 구분이 흐릿하며 조직을 떠나려는 자에겐 배신을 말하며 소속감을 강요하지 않느냐고 한다.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더욱이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는 실질적이다. 계급장에서 나오는 자부심보다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중시한다. 반면 과거에는 남보기에 그럴듯한 직장을 다니면 자부심을 느꼈다. 그게 소속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배우기를 원한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이라고 해도 자기 자신이 충분히 성장할 수 없는 곳이라고 느끼면 퇴사를 선택한다. 개인의 성장이 없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조직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진다.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소속감을 만들 수 없다면, 무엇으로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소속감이 없으면 직원들은 모래알이다. 개인의 성장과 배움만을 앞세우고 헌신과 희생, 상호 돌봄이 없는 조직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소속감의 답은 기업의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은 혈연이나 지연으로 뭉친 1차 집단이 아니다. 특정한 목적, 즉 미션(mission) 달성을 위해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그 미션이야말로 기업의 존재 이유다. 그 존재 이유에 공감하고 헌신하려는 개인들이 모일 때 각 개인은 조직에 소속감을 느낀다. 서로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반면 과거 한국 기업들은 마치 기업을 1차 집단처럼 운영하며 소속감을 창조하려고 했다. 지연과 혈연으로 얽힌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하루에 10시간 이상, 10년 이상 장기근속하는 직장을 만들어 소속감을 창조하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 이제 기업은 개인의 정체성과 조직의 정체성을 연결할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정체성이란 앞서 밝혔듯이 기업의 목적, 즉 존재의 이유, 미션(mission)을 뜻한다. 그 미션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일을 통해 미션을 실현하면, 자기 정체성이 확대되고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조직의 목적 달성에도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즉 나의 정체성을 달성하는 게 곧 조직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것이 된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이 조직과 연결되어 있음을, 조직의 구성원임을 깨닫게 된다.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기업이 직원의 소속감을 진정으로 키우고 싶다면 ‘미션에 입각한 경영’을 하는 게 최선이다. 조직의 미션을 분명히 밝히고 그 미션대로 경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조직의 미션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 그 미션을 자기 정체성으로 수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조직을 떠날 것이다. 이는 조직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환영해야 한다. 어차피 그들은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미션을 자기 미션화하는 사람들만 남아야 한다. 그래야 직원 모두가 정체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며 헌신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겉으로 내세운 미션과 실제 운영되는 모습이 다르다면 직원들은 소속감을 느낄 수가 없다. 미션에 공감해 입사한 직원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겉과 속이 같은 조직만이 진정한 소속감을 창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 조직은 정직하기에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할 수 있다. 카페테리아는 그 다음에 고민할 사소한 이슈다. 조직의 존재 이유, 미션을 중심으로 직원을 결속시켜야 한다.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기업의 존재이유(미션)로 신세대 직원의 소속감을 창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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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8일 오전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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