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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이 와도 절대 못 내줘" 핀란드인이 사랑한 정신병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위치한 라삔라흐티 정신병원(Lapinlahden sairaala) 공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핀란드 현지 교민께서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1. 라삔라흐띠 정신병원은 유럽 최초의 정신병동 중 하나이자, 핀란드 의료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1841년 설립 후 운영이 중단된 2008년까지 무수히 많은 환자와 의료진들이 이곳을 거쳐갔다고 합니다. 이후 병원 일대는 공원으로, 사우나로, 그리고 건물은 예술인과 시민단체들의 전시 및 사무공간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에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연 400회가 넘는 문화 예술 행사가 이루어지고, 공동체 텃밭(커뮤니티 가든) 운동도 시작되었습니다. 2. 그러나 정신병원이 문을 닫은 지 10년 후... 2018년, 헬싱키 시는 이 정신병동 일대를 새롭게 단장한다는 개발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룩셈부르크 부동산 에이전시 NREP의 사업 기획서가 정식 채택됩니다. 3. 이게 무슨 일이냐~! 하면서 헬싱키 시민들은 "라삔라흐띠는 모든 사람에게 속합니다(Kaikkien Lapinlahti, Lapinlahti kuuluu kaikille!)"라는 구호를 내걸고 개발 사업 반대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대에 만들어진 지역공동체가 '개발'이라는 이름 앞에 사라지는 것을 반대한 것이지요. 인구 5백만의 나라에서 약 3만여 명의 국민청원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논란 끝에 헬싱키 시 당국이 라삔라흐띠 개발 계획을 지난 6월 말 최종 철회했습니다. 4. "유엔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1위로 선정한 헬싱키의 혁신은 '사람'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 180년간 진화되어온 라삔라흐띠 정신병원은 이곳을 소중히 여기는 시민들이 있어 특별하다. 도시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라삔라흐띠 정신병원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시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남게 됐다." --- 여담. 추가로 덧붙이자면: 라삔라흐티 정신병원 공원이 자리 잡은 곳은 헬싱키 얏까사아리(Jätkäsaari) 지역입니다. 이곳은 핀란드 핀란드 중소벤처기업 육성 기관인 비즈니스 핀란드(Business Finland), 핀란드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공유사무실 마리아 0-1, 핀란드 최대 게임회사 슈퍼셀 등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내로라하는 유명 IT, 게임 기업들이 대거 이 근교에 위치하고 있죠. 넵, 딱 봐도 아시겠지요. 이 동네는 말 그대로 '핀란드 혁신 산업' 트렌드를 선두 하는 지역입니다. 그러니 헬싱키시 입장에선... 이 낡디 낡은 정신병원과 그 일대 공원 (+공동묘지)을 모두 '혁신도시'라는 이름 하에 말끔하게 재정비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 기업들도 유치하고, 투자도 유치하고 싶고... 그랬겠죠. 실제로 라삔라흐티 개발 계획에는 정신병원 건물을 공유사무실과 호텔로 리모델링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헬싱키의 시민들은 자본 대신 지역공동체를 선택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역사적인 건물이 NREP이라는 외국계(룩셈부르크) 부동산 투자 기업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다고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사이 이 일대 집값이 많이 올랐거든요. 이곳 시민들 입장에선 가뜩이나 집값 오르는 것도 탐탁지 않은데... 외국발 투기 자본이 더 온다고 하면 말할 것도 없죠.) 시민들의 목소리에 헬싱키시가 응답했습니다. 덕분에 낡디 낡은 라삔라흐티 정신병원 건물과 그 일대의 풀숲, 들판, 공동묘지 공원은 당분간 그 자리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을 헬싱키 시민들이 어떻게 계속 꾸며나갈지 기대됩니다.

"무민이 와도 절대 못 내줘" 핀란드인이 사랑한 정신병원

오마이뉴스

2020년 7월 28일 오전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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