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건축가 -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의 미학 (빈자의 미학)
1. 공간을 비운다
건축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한국의 건축도면은 집과 마당의 관계를 그렸다. 문 바깥과 안에 있는 공간의 관계를 읽어야 비로소 집을 볼 수 있다. 보이는 공간의 담장만 보면 목수의 솜씨를 보는 서양식 해석이다.
2. 기능을 비운다
기능적인 집이 좋은 집인가? 불편한 집을 짓자. 방들을 떨어뜨리고 신발을 신고 나가자. 나가면 가족을 만나고 기억이 쌓인다. 불편함이 있는 아름다움.
3. 형태를 비운다
도시에 간판이 아우성을 친다. 건축은 우리 삶을 드러내는 배경이다. 무채색이어야 우리 삶이 더 아름답게 드러난다.
4. 도시에 내어준다
길거리 비를 피하는 공간을 내어준다. 옆집이 낮으면 나도 낮게 짓는다. 이것이 도시적 건축.
5. 기억이 적층된 공간
건축은 공간에 남은 중요한 기억 장치. 좋은 건축은 기억이 쌓인 터무늬를 발견하고 새로운 무늬를 덧대어주는 것. 땅이 어떤 건축으로 도시가 되는지 들어줄 수 있는 것이 좋은 건축가
6. 영성이 있는 공간
이전에는 터마다 사당, 조상묘, 신과 함께 살았다. 신과 절연한 채 우리 삶이 지속될 수 있는가. 자연과 인간의 중간에 자신을 관찰하는 공간.
천주교에 ‘피정’이란 단어는 자신을 경계밖으로 던져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는 평화를 말한다. 경계 밖에서 홀로 있으라(stay out, stay alone). 홀로 됨을 즐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