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성장통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바치는 글 582
2018년 3월 크몽이라는 회사에 입사할 때, 저는 구성원 숫자로 정확히 마흔 번째 입사자였습니다. 이전에 본사 구성원 수 기준 1000명 이상 대기업과 300명 이상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가장 작은 숫자의 구성원 수를 가진 스타트업에 입사하게 된 것입니다.
스타트업 크몽에 입사하기 전까지 정확한 구성원 숫자를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구성원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입사 후 조금 놀란 것은 사실입니다. 구성원 수가 적은 만큼 사무실 규모가 작았을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다니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누리지 못했을 때 왜 어른들이 대기업을 가야 한다고 잔소리했는지 조금 이해되었습니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당연히 회사 살림살이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추구하는 회사가 고객에게 편리한 사이트 이용 환경을 제공하려고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회사는 구성원이 일하기 편리한 사무 공간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구성원 수가 기업의 유형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통과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하는 구조가 기업의 유형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력이 오래되고 조직 규모가 큰 회사는 소통이 일방향적이고, 세분화된 업무 역할이 나누어져 있으며,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업력이 짧고 조직 규모가 작은 회사는 쌍방향 소통을 하고, 구성원 한 명에게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며,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 규모가 작을 때에는 구성원과 구성원, 구성원과 리더 간 소통이 막힘없이 원활합니다. 생활 반경이 좁고, 서로 챙겨야 할 식구가 적기 때문에 구성원 중 누군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일이 금방 드러나서 문제를 해결하기 쉽습니다. 반면, 조직 규모가 커지면 구성원과 구성원, 구성원과 리더 간 소통이 정체됩니다. 의사결정을 위한 직급과 직책이 늘어나고, 단계별 소통을 하다 보면 속도가 느려집니다. 구성원 수가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생기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와 특정 구성원 험담을 하여 불만이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는 조직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회사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수 증가에 따라 소수의 리더가 구성원 전체를 챙기는 것이 불가능하고, 모든 구성원 한마음 한뜻으로 모으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수가 적을 때부터 탄탄히 만들어야 하는 것이 조직 문화입니다. 조직 문화는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소통과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구성원 간 관계가 화목한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회사에서 구성원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일을 잘 해서 조직과 개인 모두의 성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조직 문화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만족하는 문화라고 믿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하는 방법도 의미가 있지만, 조직마다 고유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환경에서 고려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고, 회사마다 구성원이 보여주는 개성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 보면 잘나가는 회사 문화를 그래도 가져온다고 우리 회사에서 반드시 잘 굴러가지 않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구성원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하여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켜줄 순 없습니다. 그런 의미로 위와 같이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것입니다. 경청 후 보여야 할 태도는 정확한 피드백입니다. 구성원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면 그에 적절한 답변을 주어야 합니다. 가령 구성원이 어떤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면, 그것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지, 지금은 할 수 없다면 앞으로 언제 할 수 있는지, 앞으로도 할 수 없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조직 소통 문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 예상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피드백할 때 회사는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만든다고 하면 보통 형식적인, 틀에 박힌, 자유롭지 못한 업무 방식이라고 오해를 합니다. 저도 사회 초년생 시절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거듭할수록 업무는 프로세스화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어떤 업무든 일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구성원 개인 주관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진행되는 업무 방식이 구성원 개인 능력에 따라서 더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구성원 개인 능력이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회사라는 조직에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구성원 개인 능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업무를 진행할 때 프로세스에 의해서 유사한 수준의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업무가 잘 돌아가고 균일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누가 있어서 성과가 더 잘 나오고, 누가 없어서 일이 잘 안 돌아가는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잘 만들어진 프로세스에 의해서 업무를 진행했을 때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과정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면 더 좋은 프로세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은 수직적으로, 일은 수평적으로 진행한다는 슬로건을 가진 회사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문화를 찬성하면서 동시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구성원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리더가 구성원 의견을 반영하여 의사결정하는 구조가 수직인가요, 수평인가요? 저는 의사결정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리더 혼자 고민해서 의사결정을 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리더가 짊어져야 합니다.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여 의사결정한다면 조직 전체가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성과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우리는 리더를 신뢰합니다. 누구와도 막힘없이, 거침없이 소통합니다.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합니다. 의사결정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행합니다. 우리가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집니다.'
채용 과정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해서 선발했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회사에서 성과를 잘 만들지 못하는 구성원도 있습니다.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구성원과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고, 완벽하게 능력이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뛰어난 사람과 덜 뛰어난 사람이 공존해야 유지가 되는 곳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 다른 강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어야 건강한 조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어벤저스'에서 슈퍼 히어로들이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지고 서로를 보완하며 악당을 무찌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구성원이 가진 강점과 강점을 연결해서 시너지를 내는 곳이 회사라는 조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재다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조직에서 부족한 강점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을 보완해 줄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더는 구성원이 가진 강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성원은 회사에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지표는 평가와 보상입니다. 평가는 리더와 동료의 피드백입니다. 보상은 물리적, 심리적으로 주어지는 선물과 같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구성원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은 당연한 것입니다. 회사 성장에 기여한 구성원에게 칭찬하지 않고 보상하지 않으면 구성원은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회사를 이탈하게 됩니다. 따라서 평가는 자주,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1-2회하는 성과 평가로는 구성원의 진정한 성장을 도울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 단위 일감을 마무리했을 때, 프로젝트 성격의 업무가 없이 늘 루틴한 업무를 주로 처리한다면 한달 이하 짧은 기간 단위로 구성원이 한 일에 대해서 피드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 업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순간에 객관적인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 일에 대해서 빠르게 피드백하는 것이 다음 일을 할 때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만듭니다. 보상은 물질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연봉을 많이 주면 좋겠지만, 회사 사정에 따라서 돈으로 보상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적인 보상이 중요합니다. 회사에 기여한 것에 대한 공로를 확실히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공개적이어야 하고 증빙 가능한 것이면 좋습니다. 구성원이 성장했다는 증거로 보여줄 수 있다면 보상이 반드시 돈일 필요는 없다고 믿습니다.